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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수행자!

기자명 이재형

대학서 불교수행 강의하는 마가 스님


<사진설명>얼굴에 항상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마가 스님은 대광보존의 부처님을 조금씩 닮아가는듯 하다.

“스스로에 대해 평소 얼마나 좋은 느낌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까? 스스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수행의 시작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애정을 느끼고 있다면 당신의 생활자체가 이미 수행인 것입니다.”

기독교 재단 학생도 찾아와

충남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에 자리 잡은 마곡사 대중선방. 마가(摩迦) 스님이 회색 승복을 걸친 남녀 대학생 30여 명을 앞에 두고 불교명상에 대한 방법을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다. 회색 승복에 울긋불긋한 머리가 영 어색해 보이지만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빛만은 한없이 진지하다. 이들은 중앙대가 지난 봄학기부터 열고 있는 ‘내 마음 바로보기 강좌’ 수강생들. 강의실에서 간화선, 위파사나, 자비명상 등 이론을 먼저 배운 학생들이 30~40명씩 한 조가 되어 마곡사에서 불교수행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 일찍 자는 사람들이 드물잖아요. 그러다보니 이 곳 절생활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요. 3시 30분에 새벽예불 드리고 참선도 하고 울력도 해야 하니 무척 힘들 겁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끝나고 회향할 때면 대부분 좋았다거나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기독교계 재단인 중앙대에서 템플스테이 명상강좌를 실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스님이 강단에 서고 학생들이 사찰에서 생활하는 것은 종교색이 너무 강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일반기업은 물론 목사나 신부들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상황에서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결국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첫 강의를 맡은 주인공이 바로 마곡사 포교국장 마가 스님. 마음열기, 자비명상, 숲길걷기, 위파사나, 절수행 등 스님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쉽고 독특한 프로그램이 중앙대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름대로 각오도 새롭게 다지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제 강의를 통해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학생들이 불교수행을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자신을 관찰할 수 알고 자비심을 조금 더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격려 한마디로 세상 밝아져

스님은 말하는 수행은 그리 난해하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다. 자신을 사랑하려 노력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선입견을 벗고 자신과 사물을 대하려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스님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자비심이다. 자비심은 모든 수행의 근간으로 자비가 있어야 나와 남이 행복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자비심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라고 했습니다.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려고 노력하고 아름다운 말,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위해 혹은 전체를 위해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일 뿐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반대로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 주세요. 그럴 때 내가 밝아지고, 상대방이 밝아지고, 세상이 밝아집니다.”

스님이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수행, 특히 그 중에서 자비명상을 강조하는 것은 유달리 힘겨웠던 스님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스님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와 따로 살았다. 그 즈음 아버지가 다른 여인을 찾아 떠나갔기 때문이다. 그 후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가난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커져만 갔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생활 할 무렵에는 원망과 분노는 극도에 이르렀다. 아버지를 괴롭히고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결국 택한 것이 죽음의 길. 그는 오대산 깊은 산골에 들어가 한 움큼의 수면제를 삼키고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런 돌발적 행동은 그로 하여금 죽음이 아닌 출가자의 길을 걷도록 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한 스님이 그를 발견해 월정사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결국 3일 만에 다시 눈을 뜨게 된 그는 82년 봄 한 스님의 추천에 의해 북한산 도선사로 출가했다.

<사진설명>동녘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는 새벽녘. 스님이 학생들과 함께 마곡사 경내를 걸으며 명상을 하고 있다.

“출가했다고 미움과 원망이 당장 사라지나요. 처음에는 송곳 같은 제 성격 때문에 다른 스님들이나 불자님들하고 많이도 부딪쳤습니다. 인상이 무섭다는 말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꼬장꼬장하게 생활하던 95년 어느 날, 스님은 도반 스님들과 함께 인도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이 여행이 스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스님은 인도여행 경험이 많은 스님을 따라 여기저기 구경만 다니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일행과 떨어지면서 스님은 극도의 공포와 직면했다. 낯선 땅, 낯선 언어. 외국어를 전혀 못했던 스님은 이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했고 어느 한 허름한 여관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인도서 마주한 공포 후 참회

“천장에는 하루 종일 도마뱀이 기어 다녔어요. 막연한 두려움…. 나는 어쩌면 그 도마뱀보다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정말 그토록 진지하게 나와 마주했던 적이 없었던 같습니다. 껍데기만 출가자였을 뿐 얼마나 많은 아만과 욕심과 분노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참회의 눈물로 일주일을 보낸 스님이 허름한 여관 밖을 나올 때는 이미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고 누굴 보든지 먼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또 외국어 한 마디 못하면서도 부처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성지를 비롯해 인도전역을 맨발로 순례했다.

“인도는 저에게 진정한 자비와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를 용서한 것은 물론 아버지로 인해 이렇게 좋은 불법을 만나게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참다운 출가의 계기가 됐던 것이지요.”

외부초청 강연에 바쁜 나날

한국에 돌아오면서 신발이야 다시 신었지만 “안녕하세요”는 인사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보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물론 아기들에게조차 인사를 했다. 또 사찰에서 만나는 바람이나 구름, 그리고 나무나 돌멩이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면 때때로 그들도 조용히 인사를 건네오고는 했다.

“자비는 탐냄, 성냄, 욕심으로 가득한 우리의 마음을 텅 비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이 비어갈수록 아름답고 고요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스님은 요즘 강의, 홈페이지(http://cafe.daum.net/jurira) 운영, 사찰수련회 진행, 카이스트나 정부청사 등 외부초청강연 등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스님은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자신이 분주해질수록 마음의 근원을 찾아가려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늘 끊이질 않는 미소와 해맑은 눈매. 스님은 어쩌면 대광보전에 앉아계신 자비로운 부처님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닮아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공주 마곡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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