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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를 은사로 모신 까닭

기자명 법보신문

출가자 못지않게 늘 수행과 정진
사불정착 노력이 스승에 대한 보은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인연을 믿는 것이다. 아주 우연히 보이는 것도 알고 보면 생겨날 인(因)과 연(緣)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는 세상사 모든 이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병마와의 인연, 그 때 생명의 건져 준 지연 스님과의 인연, 생명의 은인이라는 마음으로 출가해 은혜를 갚고자 했으나 갑작스런 열반으로 이별하게 된 인연, 이러한 모든 인연들이 모두 필연인 것을 믿기에 참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불화가 박정자 선생님과의 인연 또한 그렇다. 초가을 전라남도 나주의 넓은 땅, 들판에는 온통 누런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일 무렵이다. 새벽 참선을 마친 선생님은 조금은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당시 마음속에 온통 부처님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나는 선생님의 방안에 들어서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넓은 방안 빼곡히 형형색색의 부처님 형상으로 장엄된 방은 말 그대로 연화장세계였다. 그리고 큰 원력으로 이 그림을 그린 가녀린 여인은 세간의 큰 수행자요, 구도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분을 처음 만나 뵌 후 출가자와 재가자의 벽을 넘어 은사님이 돼 줄 것을 간청했고, 그 뜻이 받아들여져 그 후 수년 동안 서울과 나주를 수없이 오가며 내 사불 수행은 계속됐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나는 금요일 저녁이면 나주로 향하곤 했다. 밤에 출발해 밤새도록 호남고속도로를 달려야 겨우 나주 화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럴 때면 이른 새벽녘임에도 불구하고 문틈사이로 어김없이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작은 체격이지만 흔들림 없는 꼿꼿한 자세로 좌선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늘 나를 맞이했다.

나는 사불수행자로 마치 천길 절벽에 떨어지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수도 없이 다졌다. 그런대도 부족했던 무엇이 선생님을 뵈면서 알게 됐다.
단순히 오색의 형상에 머물지 않는 선생님의 정진은 승가와 세간의 구분 없이 우리는 부처님의 법에 따라 수행하고 정진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관무량수경』에 ‘시심작불(是心作佛)’이라는 말씀이 나온다. 이는 곧 부처님의 형상을 그저 그리는 기능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참선에 들어 부처님의 형상을 바로 보고 마음에 각인한 다음 밖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관무량수경의 시심작불이며, 우리가 수행 정진하는 사불 수행의 근간인 것이다.

선생님과의 깊은 인연으로 200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으로 조계사 신도회 , 강남 봉은사 신도회등 시내 5대사찰 신도분들과 사불시연을 시작하였고 본격적인 사불 수행의 포교가 시작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모아온 사불의 초본을 정리 재조합하여 사불교본 전4권을 편찬하기도 했다.

박정자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본격화된 사불수행이 불자들 가까이 자리 잡고, 모든 이들이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부처님의 형상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 모시도록 하는 게 내 소원이다.

법인스님
서울 공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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