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제간 연구 강화해야 주류 학계 진입 가능”

기자명 법보신문

e-mail 인터뷰

-지눌 스님과 간화선의 대가로서 한국에서 아직도 쟁점이 되고 있는 태고, 지눌 종조설 논쟁과 돈·점 수증론에 대한 견해차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돈점논쟁은 한국불교의 수행론의 핵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이슈라고 보고, 종조 분쟁은 한국불교의 전통에 대한 뿌리와 정체성을 설립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 여겨진다. 내가 보는 관점은 수행론적으로는 한국불교는 지눌에게서 기원되었다고 보나 그 계맥은 태고 보우에게서 기원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자로서 뿐 아니라 수행인으로서도 불교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나? 학자로의 삶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는 여기지 않나?

처음 불교수행을 시작했을 때 학자의 삶과 수행자의 길에서 갈등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삶을 모두 삶아본 후의 감상은 이 두 길이 서로 상보적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처음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 문하에서 간화선 수련을 시작했을 때 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여 참 막막했고 이전에 태국에서 했던 위파사나 명상법과 무엇이 다른 지도 몰랐다. 첫 결제가 끝나고 해제기간 동안 대혜, 지눌, 혜심, 서산대사 등의 어록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간화선이 무엇인지, 어떤 수행체계인지에 대해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선방에서의 오랜 참선 생활이 의미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 학문적 이해는 수행을 돕고, 수행에서 터득한 통찰력은 학문성취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서구 불교학계의 경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보고 있고, 한국에 있는 학자들에게 해줄 의견이 있다면?

서구의 불교학은 교리적 연구에서 확연히 벗어나 불교와 인접 학문과의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즉 불교와 문화, 사회, 경제, 그리고 정치의 상관성을 다루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불교학은 현재 서구 인문학의 전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비평이론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학자들이 서구에서 초기에 불교학의 기초를 설립했던 데미에빌(Demieville)이나 라모뜨(Lamotte)처럼 다수의 고어 언어능력을 구사하여 문헌학적 연구를 할 능력도 없고 또 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평이론을 이용하여 인접학문과의 학제간(interdis ciplinary) 연구를 시도함은 결국 불교학의 지평의 확대를 가져오고 불교학을 서구 인문학의 주류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동양의 학자들도 궁극적으로 새 이론에 익숙해져야 세계적인 학계와 대화와 연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이 필적할 수 없을 정도의 저서와 연구물을 출간했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특히 꼭 해내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지금 ‘Collected Works of Wonhyo (원효전집)’ 시리즈에 들어갈 두 권의 책을 완성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여름이면 완성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 원나라 때 선사 고봉의 선요의 번역과 연구를 마감하여 간화선 수업의 입문서로 사용하려 한다. 또한 한국불교 교리와 수행서의 근본경전인 사집의 완역과 연구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힘이 남는다면 한국불교 개괄사를 저술하고 싶다.

- 한국학연구소와 불교학연구소를 통해 UCLA의 대학원 과정이 더욱 더 견실해 졌다고 본다. 그 곳의 불교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와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준비과정이나 기타 조언을 한다면?

UCLA의 불교학과는 서구권에서는 현재 가장 큰 규모다. 부교수 이상의 불교학자가 네 분이 있고 불교미술사 교수가 두 분이 있다. 인도, 동남아, 중앙아시아 불교 전문교수인 Gregory Schopen과 Jonathan Silk가 있고, 일본불교의 William Bodiford, 그리고 내가 중국, 한국불교를 맡고 있다.

현재 세 명의 한국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학자를 비롯해 여러 명의 우수한 학생에게 불교학 박사과정에 입학허가를 주었고,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학부과정에 불교학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종교 전공을 신설하였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를 원하는 한국 유학생은 우선 영어에 완벽해야 하고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련된 서구학계의 동향과 연구성과를 공부해야만 한다. 그러나 재정보조의 제약으로 UCLA를 비롯한 모든 유수한 대학들이 외국학생의 입학을 소수로 제한하고 있어 경쟁이 아주 심하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