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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비우고 비울 때[br]걸림없는 세계 열려

기자명 이학종
‘금강경오가해’ 강의 불국사

승가대학 학장 덕 민 스님


“내가 살고 있는 석굴암 도량이 참 맑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물과 제가 한 몸이 되는 것을 느끼곤 하지요. 안개가 끼면 토함산 전체가 깊어 보이고, 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오후에 햇살이 비치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도 그대로가 부처님의 모습이지요. 이것은 수행이 원만해서라기보다 도량이 청정하고 맑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해서, 즉 완전히 자신을 버림으로써 모든 사물과 한 덩어리가 되어가는 것이 바로 금강경의 모습입니다.”

지난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불국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강의를 시작해 경북지역에서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불국사승가대학 학장 덕민 (德旻) 스님은 금강경이야말로 현대인들이 모두 공부해야할 교과서와 같은 경전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설명>덕민 스님은 선어록과 동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폭넓은 탁견을 곁들여 금강경 요의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금강경을 32분으로 나누어 해석한 소명태자가 천자의 수업을 금강경으로 받았을 만큼 금강경에는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지혜와 바른 삶의 지침들이 무진장 담겨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물론이요, 국회의원, 시장 등 위정자들을 비롯하여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다 금강경을 공부해서 모든 것을 비우고 부정해서 주관객관을 털어내고, 이 털어낸 것까지도 털어버린다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대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경전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금강경은 그중에서도 특히 각별한 경전임을 스님은 거듭 강조한다. 부처님이 성도 이후 45년 설법기간 중 무려 21년 동안 설법하신 경전이 금강경이니 중국과 한국, 일본의 불교도들이 모두 소의경전으로 삼아 소중히 받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금강경의 내용은 공(空) 사상입니다. 공사상은 첫째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모든 사물과 한 모습이 된다는 뜻입니다. 나중엔 이 한 모습이 된다는 생각까지 털어버려야 합니다. 금강경은 이렇게 이중부정을 통해서 대 긍정의, 즉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공이란 우리 자체가 비어 있고 삼라만상이 다 비어 있다는 말이지만 과거전생으로부터 내려온 우리의 업을 비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빗방울이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 빗방울은 태평양이 됩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털어버리지 못하면 누에가 고치 속의 하늘이 전체의 하늘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금강경을 통해서 우리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거부해야 합니다.”
덕민 스님의 금강경 강의가 거듭할수록 화제를 모으는 것은 어느 때부터 교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금강경오가해’를 교재로 하고 있다는 점, 노장철학과 논어맹자 등 유학, 선시, 월산 조실스님 등 한국의 선승이 남긴 법구 등 동양의 고전과 철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탁견을 곁들여 그 요의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덕민 스님은 월산 조실 스님 생전 시 불국사에 와서 강원을 책임지라는 당부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끝내 받들지 못했는데, 이렇게 조실스님이 떠난 후에야 불국사에 와서 살게 되어 마음의 빚을 갚고 있는 느낌이라고 밝힌다.

게다가 승가대학 학장을 맡아 후학을 양성하게 되었고 회주스님을 비롯하여 본말사 대중스님, 재가불자 등 11교구 산중 전체가 조실스님의 사상과 내용적으로 통하는 금강경 공부를 통해 일체가 되어가는 것에 일조를 하는 것 같아 보람도 없지 않다고.

“시작할 때는 월산 조실 스님의 선사상이 출가대중은 물론이고, 조실스님의 감화를 잊지 못하는 재가불자들에게도 차별 없이 확산돼야 한다는 불국사 주지 스님의 권유가 큰 동력이 되었지만, 강의 3개월째 접어든 지금은 산중 전체가 참여해 조실 스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조실스님께서 일구어 놓으신 화합산중의 면모가 이 강의를 통해 일신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덕민 스님은 “이 강의를 통해 모든 불자들이 말로만 자기 자신을 비우지 말고 진정한 비움, 나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경계에 들어 화합과 상생, 희망의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가 물길을 방해하지 않고, 높은 산이 떠가는 흰 구름을 가로막지 않듯이 진정 자신을 비울 때 삼라만상이 제각각 특징을 드러내면서도 서로 걸림이 없는 세계가 열리는 이치를 알 수 있다’는 스님의 지적은 그 부드러운 목청과는 다르게 토함산을 울리고도 남을 사자후에 다름 아니었다.

경주=이학종 기자 urubell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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