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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⑩

기자명 법보신문

확고한 믿음 있어야 깨닫음도 있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의심이 있을 때, ‘내게 의심이 있다’고 분명하게 안다. 다시 의심이 없으면 ‘내게 의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안다. 비구는 전에 없던 의심이 어떻게 일어나고, 생겨난 의심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알며, 사라진 의심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만나는 다섯 번째의 장애는 의심이다. 의심은 믿음이 결여된 상태이거나, 아니면 사물의 이치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머뭇거림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의심은 계속적인 정진을 방해하며 올바른 견해를 가질 수 없게 한다.

의심을 극복하는 방법은 당연한 말이지만, 믿음을 증장시키는 것이다. 『화엄경』에서도 ‘믿음은 모든 공덕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성유식론』에서는 믿음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이치를 믿고, 고통을 소멸하여 끝내는 열반을 성취할 수 있음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인과의 이치를 믿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마치 수레가 지나가고 남겨진 발자국처럼, 반드시 그 결과가 나타남을 굳게 믿는다. 다음은 현재 내 앞에 실존하는 불법승(佛法僧) 삼보에 대한 믿음이다.

수행의 길을 가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소멸한 부처님, 존경받을 만한 분들의 가르침, 수행의 실제적인 결과로서 존재하는 훌륭한 선지식과 도반들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내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성장시키고 깨달음에로 이끌 수 있는 자신의 내적인 자질을 믿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의심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믿음은 모든 공덕의 어머니

의심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음을 개발하여 증장시키는 일인데, 보다 근본적인 방식은 올바른 견해를 확립하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경험하는 일은 의심을 소멸시키는 직접적인 길이 된다. 이것은 오온의 관찰을 통해서 성취된다. 오온은 나를 구성하는 몸, 느낌, 생각, 욕구, 의식 등 다섯 가지의 무더기, 쌓임, 요소이다. 우리는 이들과 동일시를 통해서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한다. 나란 언어이고 개념이다. 실제로 경험할 수가 없다. 무엇이 나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우리는 당황한다. 실제로 ‘나’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느낌을 보다 생생하게 우리는 경험하고, 그 현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몸을 나라고 동일시하며, 느낌을 나라고 동일시하며, 생각을 나라고 동일시하며, 욕구를 나라고 동일시하며, 의식을 나라고 동일시한다. 이들의 손상은 바로 나의 손상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이들 오온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지 못한다. 만약 오온의 현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동일시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정견 확립하면 의심 소멸

실제로 간단하게 연습해보라. 슬픔이나 불안이 존재한다면, 그것에 휩쓸리지 말고, 그렇다고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수용하여 명상하여 보라. ‘이것은 느낌이다. 이것은 느낌의 발생이다. 이것은 느낌의 사라짐이다.’ 슬픔을 거부하지 말고, 그 자체로 자각하여 ‘이것은 슬픔이다’고 알아차리고 집중하여 음미해 보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는 길을 멈추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 자리에 서 있어 보라. 온몸의 세포와 근육을 통해서, 말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의 에너지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끝까지 그 전 과정을 지켜보라. 마침내 그것은 사라진다. ‘이것은 슬픔의 사라짐이다’는 통찰이 선명하게 경험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무엇을 나라고 할 것인가? 동일시하는 대상이 사라진 다음엔 무엇이 남을까? 대답하여 보라. 옛 어른들이 말씀하지 않았던가? ‘햇살은 골짜기로 내려가고, 바람은 짙푸른 나뭇잎에서 날아오른다’고.

인경 스님 <명상(선)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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