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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도량 금강선원

기자명 채한기

집중서 삼매까지 체계적 수행지도 이뭐꼬 화두 저절로


<사진설명>정수회 회원은 하안거 동안에는 매주 세차례 4시간의 참선을 한다.

6월12일 오후 1시40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5단지 아파트 맞은편에 자리잡은 삼우빌딩 4층 금강선원.(선원장 헤거스님) 법당으로 한 두명씩 사람이 모여들더니 10분도 채 안돼서 40여명의 불자가 운집했다. 중년의 불자는 물론 85세 노령의 보살도 좌복 위에 앉았다. 2시가 되자 어김없이 ‘탁 탁 탁’ 세 번의 죽비가 내리쳐졌다. 오늘 모인 불자들은 금강선원의 정수회 회원들로서 일주일에 3번의 참선 시간을 갖는다.

금강선원은 1998년 개원 해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개원 초기부터 몇몇 재가불자에게 참선을 지도해 왔지만 체계적인 프로그램 속에서의 참선을 실시한 때는 1998년 5월 금강선원 내 참선모임인 ‘정수회’가 구성되면서부터다. 현재 5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는 정수회 불자들은 △방하착 △지금, 그리고 여기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자기와의 만남 △늘 깨어있기 등 5가지 수행수칙을 철저하게 지켜가고 있다.

기초반-학생반도 운영

금강선원의 수행 프로그램이 다른 수련원에 비교해 특이한 점은 기초참선반과 중고등학생을 위한 참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기초참선반은 2001년부터 1년에 두 번 운영되고 있다. 기초참선반에 든 불자는 3주씩 3개월동안 금강선원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수행의 기초를 닦는다. 좌선하는 법과 집중력 향상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3개월간의 기초참선반을 이수하면 각자의 의지에 따라 정수회에 소속할 수 있다.

정수회는 기초참선반에서 진행한 집중 훈련을 지속하며 각자의 과제를 점검해 간다. 금강선원의 과제란 화두와는 다르다. 각자 개인적인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탐구해가면서 스스로 느끼고 궁금해 하는 것을 화두(?)로 삼는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등 금강경을 비롯한 경전 구절을 자신의 과제로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뜰앞의 잣나무’, ‘무’ 등의 화두를 드는 사람도 있다. 정수회 회원들은 자신의 과제와 나름대로 내린 해답을 혜거 스님과 대화를 통해 점검해 가며 점차 역대 선지식이 들었던 화두를 참구하기 시작한다.

경전공부도 수행과 병행

금강선원의 이같은 방식은 간화선에 대한 혜거 스님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산란한지를 몸소 체험한 사람은 단계적인 집중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해 가야 합니다. 어느 정도 집중력이 향상되면 세속의 망상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 나오는 물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계속 정진하다 보면 누구든지 이뭐꼬로 귀결됩니다.” 처음엔 경전구절을 궁금해 했지만 수행이 깊어질수록 자연히 경전 구절을 궁금해 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하는 ‘이뭐꼬’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혜거 스님은 바로 이 단계에 접어들어야 실질적인 간화선 수행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선원은 지난 2000년 7월 홍천의 폐교를 인수해 참선수련원 선문장(禪門莊)도 개원했다. 정수회 회원들은 한달에 한 번 선문장에서 수행하며 여름 수련회 역시 이곳 선문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7월 11일부터 14일 까지 1차 수련회가 열리며 2차는 16일부터 19일, 3차는 23일부터 26일, 4차는 30일부터 8월1일까지 총 3일간 일정으로 네 번 개최된다. 선문장에서의 수행은 산사수행과 다름이 없다. 새벽 4시 기상해 4시 30분 아침예불과 108정진을 한 후 하루 10시간의 좌선과 행선을 거듭한다.

금강선원은 수행 프로그램 외에도 금강경, 원각경 등의 경전강의와 한문반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문반 운영은 실생활에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전을 읽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금강선원 불자들은 경전공부와 수행을 동시에 하고 있다.
금강선원 불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숙제가 있다. ‘빨리’와 ‘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 눈이 갔으면 마음도 간다는 일념을 잃지 않는 것이다. 즉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신의 눈이 가스밸브에 갔으면 밸브를 닫고 여는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홍천 선문장서 용맹정진

또한 긍정적인 인격 형성을 위해 ‘예’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갖고 있는 과제나 화두를 잠자기 전에 체크하고 눈을 떴을 때 과제와 화두가 바로 일어나는 지를 점검한다.

정수회 회장 무연행 보살은 금강선원에서의 참선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흡족해 하고 있다. 현재 이뭐꼬 화두를 들고 있는 무연행 보살은 “남 앞에서 자신을 치켜 세우는 일이 현저히 줄었고 남의 허물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허물만 보인다”고 말한다.
단계적인 수행과 경전공부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실천, 금강선원은 이 세가지를 조화롭게 차근차근 엮어가고 있다.
6시가 되자 방선 죽비 소리가 났다. 4시간의 참선을 마치고 법당을 나서는 40여명의 불자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공부를 잘 지어가고 있음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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