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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⑪

기자명 법보신문

고통스런 삶이 해탈의 열쇠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는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가르침이다. 『대념처경』에서는 법염처을 가장 마지막에 설정하고 분량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실천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괴로움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라고 분명하게 관찰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먼저 무엇이 괴로움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더구나 그것의 사라짐의 원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고집멸도의 실천은 이론적인 이해와 더불어서 선지식의 안내가 필수적 요인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갈망

『대념처경』에서는 여덟 가지의 고통으로 알려진 생로병사(生老病死) 네 가지와 싫은 사람과 만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바라는 바를 얻지 못한 것, 슬픔과 비탄 등의 육체나 정신적인 고통을 열거한다. 이때 우리는 ‘이것은 고이다’고 알아차림을 코끝에 확립한다. 하지만 아비담마 논서들은 고통을 고고(苦苦), 괴고(壞苦), 행고(行苦) 세 종류로 분류한다.

고고의 성격은 일반적으로 쉽게 고통으로서 경험되는 위에서 언급한 8가지의 고통을 말한다. 육체적인 고통이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통 등을 총칭한다. 두 번째의 괴고(壞苦)는 변화에서 비롯된 고통이다. 고고(苦苦)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이라면, 괴고는 형이상학적인 자기 정체성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는 변화되지 않는 무엇을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곧 배반의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모든 사물의 본질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행고(行苦)는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여기서 행(行)이란 상카라(Samkhara)의 번역어로 조건된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몸, 느낌, 생각, 욕구, 의식이라는 다섯 가지의 조건화된 쌓임(五蘊)을 의미한다. 이들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화된 성격을 의미한다. 이것들은 우리는 집착하여 ‘나’라고 동일시한다. 이렇게 자기라고 동일시하는 한에서 우리는 그 자체를 고통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자신의 생각이 틀리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견해와 맞지 않는 경우, 대부분 우리는 상대방의 견해를 바꾸려하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고통을 경험하지, 자신의 생각 그 자체가 그대로가 고통이라고 경험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스승과의 문답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명상하고 자각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느끼고 생각하는 삶, 그 존재 자체가 고통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행고(行苦)를 염두에 둔 말씀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교가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진실을 존재하는 그대로 직시하는 자세의 귀중함을 강조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

『대념처경』에서는 이런 다양한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을 우리들의 갈망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한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 갈망이 있으면 갈등과 긴장이 있고, 자연히 그곳에서 우리는 고통을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이점을 꼭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고통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내심을 개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기쁨을 얻기도 한다. 다만 여기서 강조한 점은 건강한 범위에서 출세간의 도를 얻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보다 큰 해탈의 바다로 뛰어들고자 한다면, 마땅히 세간적인 갈망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한다는 점이다.

갈망 제거하면 곧 해탈

『대념처경』에서는 갈망의 종류를 감각적인 갈망, 존재에 대한 갈망,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망 등으로 나눈다. 감각적인 갈망은 성적인 열망이고, 존재에 대한 갈망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열망은 죽음과 같은 안식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이점은 현대 심리학적인 해석과 상통하여 주목된다. 하지만 주석서에서는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존재에 대한 갈망을 상견(常見)으로,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망을 단견(斷見)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점은 괴로움의 원인을 갈망과 같은 욕구의 측면보다는 견해나 생각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 다른 초기경전의 입장을 반영한 해석이다.

인경 스님 <명상(선)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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