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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처경(念處經) ⑫-끝

기자명 법보신문

자아란 억지로 만들어진 허공의 꽃

고통의 소멸을 ‘열반’이라 한다. 고통의 원인인 갈애가 소멸되었기에, 고통이 소멸되었다고 한다. 초기경전인 니카야에서는 열반을 ‘탐욕의 소멸, 성남의 소멸, 어리석음의 소멸’이라고 말한다. 『염처경』에서는 ‘놓아버림’, ‘집착 없음’이라고 말한다. 진리는 부정의 방식에 의해서 표현된다. 만약 진리를 무엇이라고 언설로서 표현을 하면, 그것은 어긋난다. 진리는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애착으로부터 해탈은 결코 쉽지가 않다.

진리는 이미 내 안에 존재

여기 잠깐 앉아서 명상을 해보라. 의식의 표면에 수많은 영상이 떠오르고 사라져 간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점점 홍수처럼 불어나서 마침내 폭풍처럼 내적 평화와 지혜를 휩쓸고 간다. 어떻게 이 폭류를 건널 것인가?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태하게 휩쓸리지도 않고,
애써 저항하지도 않는 채,
나는 폭류를 건넜다네.”

일반적으로 우리는 폭류를 따라가거나 저항한다. 그러면서도 허약한 자아 혹은 문화적인 억압에 익숙한 자아는 폭류에 휩쓸릴 위험에 두려움을 느낀다. 방치는 곧 그대로 홍수로 돌변할 것만 같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폭류를 억압하여 무의식 안에 가두어둔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심각한 수압의 긴장을 견딜 수가 없다. 얼마가지 않아 세워둔 정신의 댐은 무너지고, 결국 휩쓸린 자아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나 자아는 상처에 대한 반동으로 가짜의 자신을 만들어 세워놓는다. 우리는 이렇게 반응하는 사회적인 습성을 성격, 혹은 학습에 의해서 정도가 완화되는 상태를 발달 혹은 적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인 적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적인 슬픔과 불안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실존의 고통과 외로움이 있다. 우리는 자신에 관하여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일시적인 성취가 아니라 궁극적인 의미에서, 폭풍에 휩쓸리지도 않고, 억압하지도 않는 채, 어떻게 폭류를 건널 수가 있는가?

“볼 때는 단지 보기만 하라”

여기에 폭류를 건너는 좋은 실례가 있다. 그는 승려였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그 노승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내적인 평화를 원했다. 그래서 붓다를 만나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기로 하였다. 그의 문제는 결코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본질에 관한 문제였다. 붓다는 탁발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이 노승을 만났다. 죽음이 멀지 않음을 느낀, 노승은 당장에 법을 설해주기를 청하였다. 붓다는 이점을 곧 공감하고, 길 위에서 노승에게 말하였다.

“다만 눈으로 볼 때, 보기만 하십시오.
귀로 들을 때는 다만 귀로 듣기만 하십시오.
냄새를 맡을 때는 다만 냄새를 맡기만 하십시오.”

그 순간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와 세계는 그 자체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 다만 심리적인 장애물을 세워두고, 저항하여 지킨다거나 휩싸인다는 두려움에 물들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조사선을 대표하는 마조는 “도(道)는 닦음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고, 임제는 “허공에 말뚝을 세우지 말라”고 했다. 닦음은 폭류를 없애려는 심리적인 조작행위이거나, 새로운 형이상학적인 가공물을 건설하려는 집단무의식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허공에는 말뚝이 본래 없다. 허공이 걷고, 보고, 말한다. 그래서 그곳엔 어떤 장애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자아란 억지로 만들어진 허공의 꽃이다.

인경 스님 <명상(선)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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