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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과 한반도 정세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국제사회 다수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감행한 대 이라크전쟁은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의 추가파병 요구와 주한미군의 이라크전 차출 및 재배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추가 파병요구를 전쟁의 성격 규정과 관계없이 수용하고 추가파병을 결정했다. 추가파병 결정배경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파병결정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겠지만 ‘군사적 종속국가’인 한국의 정치적 자율성이 제한 받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추가파병 결정과 함께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김선일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과 같은 어려운 선택과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나아가 통일된 자주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책선택의 자율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한편 북한은 이라크 다음 미국이 ‘손볼’ 상대가 그들이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긴장하는 것은 미국이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테러 사태 이후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이라는 국가목표를 설정해 놓고 이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 북한의 김정일 정권 등을 ‘불량국가’ 또는 ‘악의 축’ 등으로 지칭하면서 이들 국가들에 대한 반테러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반테러전쟁의 제1막은 아프간전쟁이고, 제2막이 이라크전쟁이다. 제3막은 북한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라크문제와 북한문제는 상호 연관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이라크와 북한은 미국의 ‘작은 적들’이다. ‘큰 적들’이 없어진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unipolar system)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작은 적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독재국가들인 이라크, 북한 등은 미국을 ‘주적’으로 해 내부 체제결속과 장기집권을 꾀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과 ‘불량국가들’ 사이에 ‘적대적 의존관계’가 형성돼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주적 개념은 바뀌고 있다. 미국은 ‘보이지 않는 적과 전선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유일 패권질서 유지를 위한 각 대륙별 작은 적들의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이제는 반테러 차원에서 화근을 완전히 뿌리뽑자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이자 국가목표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북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외교적 해결이냐 전쟁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평화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북한 핵개발은 반드시 억지 돼야 하며 민족운명을 좌우할 충돌도 피해야 한다. 다행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지속되고 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결실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에서 한국은 미국과 북한에 대해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설득하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찾고 있다. 북핵 해결의 관건은 미국과 북한의 태도변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북핵 해결 의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외교적 성과로 삼고자 한다면 북핵문제 해결은 급진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3차 6자회담이 북핵 해결의 큰 틀을 마련하는 성과를 기대해 본다.

yhko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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