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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부처님을 국보 1호로

기자명 법보신문
정 병 조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남대문이다. 언제 누구에 의해 지정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부적절한 판단이다. 국보·보물·지방문화재·천연기념물 등은 그 나라의 문화자산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국보 등의 순위를 정하는데는 역사성·예술성·창의성·세계성 등을 골고루 평가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남대문이 국보 1호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수긍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석굴암의 부처님은 어느 면에서 보나 당연히 국보 1호로 지정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재라는 사실은 이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주지하는 대로 우리나라의 유형문화재 가운데 7할 이상은 불교문화재이다. 신라 고려 때의 불교문화가 누렸던 성가(聲價), 국민들의 가슴속에 박리 내린 불교적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기본 코드는 ‘불교’이다. 불교를 도외시한 채 민족정신을 말하거나, 한국문화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국보 1호를 남대문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라도 불교에 대한 폄하 의도가 있었다면 당연히 재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국보 1호는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다. 일명 백제관음이라고도 하는 까닭은 그 보살상을 한국의 백제에서 만들어 갔거나, 혹은 도래인(渡來人)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자존심을 구기면서도 그 보살상을 일본문화의 대표주자로 꼽았다. 경도의 광륙사(廣陸寺)에 모셔진 그 보살님을 대할 때마다 솟아오르는 감회를 주체할 길이 없다.

문화란 지키는 나라에서만 유용한 가치 기준일런지도 모른다. 한국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G.N.P 보다 먼저 불교적 이해를 확산시켜야 한다. 남대문의 이름은 숭예(崇禮), 동대문의 이름은 흥인(興仁)이다. 그 점잖고 문화적인 명칭 대신에 남쪽이니, 동쪽이니 하는 방위를 갖다 붙인 것 자체가 비문화적이다.

종로 3가에 있는 파고다 공원이라는 이름도 도무지 국적불명이다. 그 곳은 원각사(圓覺寺)라는 절터이다. 창건연대는 불분명하지만 고려 공민왕 때는 매우 번성하였다. 몽고의 영향을 받은 탑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예이다. 조선 연산군 때는 한때 기방(技房)으로 전락한 비문이 간직된 곳이다. 따라서 그 일대는 마땅히 성역화 되어야 한다. 불교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산 교육현장이 되어야 한다.

현재 200여 점인 국보문화재는 그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국보 1호 석굴암, 2호 고려대장경은 당연한 일이고, 3호에서부터도 앞서 말한 기준에 의해 선별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1, 2위라는 상징성은 한국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단초(端初)이기 때문이다. 석굴암의 부처님은 한국불상의 대표일 뿐 아니라 한국적 마음을 표현한 걸작이다.

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불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때마다 경주에 거서 석굴암을 참배하라고 권하다. 사람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완성된 미소, 근엄하면서도 자애로운 그 입가의 주름, 질감(質感)과 비례에 있어서 완벽한 조화의 미를 느껴 보라고 권한다.
그 차가운 화강암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 나는 그 부처님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그 분의 눈이 되어 관광객을 응시하고, 또 넘실거리는 동해의 물결을 굽어본다. 그 분은 1200년 동안 그 고즈넉한 눈길로 한국과 한국인을 지켜오신 것이다.

내 마음 속의 석굴암 부처님을 조심스런 영상으로 간직한 채 우리는 또 일상의 번잡 속으로 빠져들어 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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