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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제도가 비구니 차별 불러”

기자명 이재형
  • 교학
  • 입력 2004.07.05 13:00
  • 댓글 0

위스콘신대 리타 그로스 교수

샤카디타대회 BEST 논문 5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중앙승가대에서 개최된 제 8차 세계여성불자대회에서는 총 59편의 논문이 발표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논문 5편을 선정해 소개한다. 편집자

교육과 수행에 있어 세계 여성수행자들의 ‘모델’이라는 한국불교. 그러나 그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차별이 팽배해 있다. 그 중에서도 계급과 지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종정, 원장, 교구본사 주지 등 주요소임과 직책을 여성이 절대 맡을 수 없도록 종법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지위상의 차별이 왜 문제가 되며,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석학인 위스콘신대 리타 그로스<사진> 교수는 ‘지도자와 스승으로서의 불교 여성들’이란 논문을 통해 이러한 지위의 차별과 여성 지도자의 부재는 자칫 교단의 존폐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먼저 “불법의 차원에서 성은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깨우침을 얻어도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직책과 스승으로서의 차별이 모든 문제들의 파생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리타 그로스 교수는 일부 여성수행자들 중에도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차별이 오히려 지위와 명성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수행자체에 충실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차별상황에서 정말 여성이 수행에만 충실할 수 있었다면 그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여성 선지식들이 나왔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는 그저 현상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수행과 깨달음의 문제에도 직결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리타 그로스 교수는 이어 구체적으로 여성 수행자들이 존경받는 스승이 될 수 없도록 만드는 제도적인 장치의 문제점에 대해 꼼꼼히 분석했다. 첫 째는 비구니 종단이 쇠퇴하고 소멸하게 된다는 것.

남방 불교국가에서 드러나듯 여성이 남성을 지도할 수 없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권위와 신뢰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지원의 감소하고 결국 비구니의 소멸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여성은 아무리 수행을 열심히 해도 스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의 교육이나 수행에 대한 필요성과 성취감이 감소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여성출가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며, 또 간혹 여성이 출가를 하고 싶어도 주변의 상황과 인식이 극히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폐해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여성 수행자들의 ‘역할 본보기’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법의 차원에서야 스승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큰 차이가 있을 수 없지만 실제 수행의 단계에서 이 문제는 수행자의 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여성의 몸을 지닌 수행자가 오직 남성에게서 본보기를 찾도록 함으로써 여성 스스로 비하하는 물러나는 상황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타 그로스 교수는 여러 경전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여성은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고대 남성중심 문화와 불교 내부의 제도적 장치 영향 등으로 인해 차별이 고착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양의 위파사나나 선센터 등에서는 실제 다수의 여성들이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고 더욱 확산되는 추세”라며 “여성 수행자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수행자와 불교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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