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울에 쌓인 먼지층 바늘틈 만큼이라도 뚫어라”

기자명 채한기

정토회관 수행법문 뗀진 빨모

서양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티베트 스님이 된 뗀진 빨모는 3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히말라야 설산 동굴에서 45세까지 수행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에게는 지난해 소개된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를 통해 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티베트 4대종파중 하나인 닝마파와 카큐파의 수행처가 있는 인도 북부 타시종 인근에 여성 승원인 ‘둥규 가칠랑’을 개설해 여 수행자 20여명을 지도하고 있는 뗀진 빨모는 7월 7일 정토회관에서 ‘수행과 불제자의 삶’을 주제로 법문했다. 정토회관측은 당초 뗀진 빨모가 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했으나 뗀진 빨모는 극히 사양하며 법석 아래 의자에 앉아 대중들과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법문을 펼쳤다.

<사진설명>"자비 베풀면 멋진 미소 얻어요" 질의응답 시간에 한 불자가 물었다. "뗀진 빨모의 미소를 우리도 지을 수 있습니까?" "만물을 소중히 생각하며 자비를 베푸세요." 순간 200여 대중이 '아!' 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자 뗀진 빨모는 짖궂은 소녀인양 장난스러운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여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부처님 불법 안에서 산다는 것은 불제자로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삶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다섯비구에게 사성제를 설법할 당시 부처님께서는 괴로움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말씀하시며 성불의 길을 우리에게 보이셨습니다. 괴로움은 남에게서, 제도로부터 즉 밖에서 오는 것이라 우리는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어떤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도, 아니 더 심한 난관에 부딪혀 고난의 날을 보내면서도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제자에 도전장 던진 현대사회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20년 동안 감옥생활하며 심한 고문을 받아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던 티베트 라마승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얼마나 많은 한이 서려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그의 몸에서는 광채가 났고 따뜻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의아해 묻는 저에게 라마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문한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나는 그 분들에게서 인욕과 자비를 배웠습니다.”


<사진설명>뗀진 빨모는 법회를 가름하며 대중들을 명상의 세계로 안내했다. 대중은 연좌대에 앉아 있는 부처님을 그리며 자신이 곧 똑같은 부처임을 마음에 새겨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운문사를 다녀왔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공부하며 울력도 하고 있었습니다. 먹물옷 이외에는 다른 옷은 입을 수도 없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음악도 못듣고 취미생활도 전혀 못합니다. 한마디로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거지요?(텐진빠모, 대중 함께 웃음) 그러나 그 분들의 얼굴에서 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통은 탐진치 삼독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사회는 텔레비전이나 언론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번뇌와 욕심, 과격함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과장시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이를 보며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고 자신의 아상만 키워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현재를 살고 있는 불자들에게 도전장을 낸 것입니다. 이 사회가 뿜어내는 삼독의 독소 속에서 어떻게 불법을 잃지 않고 마음을 닦으며 살 수 있는지 가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삼독의 노예가 된 자신을 보아야

우리는 정념을 갖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과 우리 내면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하면 나 자신이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 지난날의 추억,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기대, 자신이 내린 판단이 옳은지 등 우리 마음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 마음을 컨트롤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삽니다. 우리가 마음을 컨트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삼독이 우리 마음을 컨트롤하고 그 마음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 현재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난 일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심안을 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현상도 자기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행을 통해 삼독심을 버리고 현재를 보면 만물에 불성 아닌 것이 없으며 부처님 법이 아님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혜안은 수행을 통해서 열립니다.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 마시고 수행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몸부터 보고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스승은 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온갖 감정에 끄달려 흐르고 흐르다 보면 마음은 어느덧 고통의 강으로 변해 있습니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만이 소유욕을 불러 일으켜 삼독심을 키웁니다.

거울 먼지 사라질때까지 정진

여러분이 앉아 있는 방석과 우리가 다른 점은 바로 우리 자신이 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육체의 모든 기관이 살아 있어 듣고 말하고 느낄 수 있기에 방석과 우리는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맑히지 않으면 제대로 깨어있을 수 없습니다. 진실된 마음이 바로 불성이라 할 수 있으니 수행을 통해 그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먼지가 가득 쌓인 거울이 있습니다. 바늘 하나로 그 두터운 먼지층을 뚫어 보십시오. 그 바늘 틈으로 빛이 납니다. 한 개의 바늘 틈 만한 수행을 시작으로 먼지가 사라져 거울이 빛을 발할 때까지 우리는 정진해야 합니다. 거울 위 먼지가 다 사라지면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불성은 먼지에 쌓여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거울을 밖에 나가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밝고 맑은 불성을 갖고 있다는 진리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불이(不二)의 이치를 알면 그 먼지를 걷어낼 수 있습니다.

인욕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

깨어 있으면 번뇌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와 삶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만물이 소중한 생명임을 느끼고 모든 것이 불법임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불제자는 자비를 배풀어야 합니다. 자비를 베풀려면 인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욕에서 우리의 진정한 힘이 솟아납니다. 모든 생명을 만날 때 행복과 자비가 가득하기를 기원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이 현재 이 순간 깨어 있으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불제자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싸안으며 자비를 베푼다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행복하고 싶다면 타인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면 타인이 불행해지고 나중에는 자신도 행복한 삶을 살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타인이 나에게 잘 해주든 못 해주든 그들이 먼저 행복해져야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자비를 전하기에 앞서 우리 곁에 있는 도반과 가족에게 진정한 자비를 베푸십시오. 자비는 지금 이 자리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수행을 통한 자비실천이 삼독의 세상 속에서 불제자답게 살아가는 진정한 길입니다.

정리=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