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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임제종 고오가쿠지(向嶽寺) [상]

기자명 법보신문

하루 23시간 정진…한 겨울에도 문 열고 참선

혹독한 수행…졸면 공포의 ‘죽비세례’
냉방에 얇은 승복…동상 걸리기 일쑤
“극한 상황에도 화두 놓지 않는 게 수행”


<사진설명>고오가쿠지 선방의 동안거 모습.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정진하는 도량인 이 곳은 실제 방장 스님이 수좌들에게 늘 "수행하다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는 일본 임제종 16 대본산 가운데 하나인 고오가쿠지(向嶽寺)의 동안거 선방. 임제종은 우리나라의 조계종과 같이 간화선수행을 종지로 한다. 12월 1일부터 ‘로오하츠 오오젯신(臘八大攝心)’이라 불리는 일년 중 가장 혹독한 집중수행이 시작되었다.


<사진설명>고오가쿠지 법당

임제종에는 셋신(攝心 또는 接心)이라고 하는 집중수행 기간이 있다. 셋신이란 마음을 화두에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로서, 일정 기간 동안 주야로 부단히 좌선하는 것을 말한다. 하안거(5월~7월)와 동안거(11월~1월) 기간 중에는 매달 셋신이 있고, 4월과 10월에는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다.

이 셋신 중에 가장 혹독하고 엄한 셋신이 바로 ‘로오하츠 오오젯신’이다. 옛부터 ‘수행 중의 수행’, ‘운수납자의 목숨 재촉’이라 불릴 정도였다. 로오하츠를 한자로 표기하면 납팔(臘八)이다. 섣달 ‘납(臘)’자와 여덟 ‘팔(八)’자가 말해주듯이, 이 집중수행은 양력 12월 1일부터 12월 8일 새벽까지 진행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6년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보리수 아래에 단좌하셨다. 그렇게 명상하던 중 밝은 새벽별을 보고 마침내 큰 깨달음을 이루어 부처님이 되셨다. 이 날이 12월 8일, 성도일이다. 로오하츠 오오젯신은 부처님 성도일을 기념하여 우리도 부처님과 같은 용맹정진의 수행을 하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일본에서는 모든 불교 행사를 양력으로 치르기 때문에 성도일도 양력 12월 8일이다.

이 기간 중, 수면 시간은 하루 약 1시간에 불과하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다음 날 새벽 2시에 취침한다. 아침 예불 1시간, 저녁 예불 30분, 식사와 청소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좌선한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벽암록』에 대한 방장 스님의 강의가 1시간 내지 1시간 30분에 걸쳐서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날에도 일본 임제종의 선방에는 불기 한 점 없다. 난방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땅바닥은 차디찬 기왓장. 방석 밑의 다다미에는 온기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스님들은 맨발에 내의도 입지 않는다. 내의를 입었다가는 방장 스님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진다. 여름 옷차림이나 겨울 옷차림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여름에는 승복이 너무 두꺼워 땀투성이가 되지만, 겨울에는 너무 얇아 찬 기운이 종횡무진으로 속살을 왕래한다. 여기에다 한겨울에도 선방의 출입문과 그 많은 창문들을 모두 다 활짝 열어놓고 좌선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의 경우, 손발이 얼고 어떤 때는 추워서 이빨까지 부딪혔다. 여기저기서 추위 참는 “으~으~”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물걸레로 닦은 법당 마룻바닥에는 살얼음이 맺혀 있었고, 실내 화장실 입구 수도꼭지에는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선방에 물컵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밤새 꽁꽁 얼었을 것이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내의에 누비옷을 입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추위가 살 속을 습격하듯이 파고들어 닭살이 돋았고 발에는 동상이 걸렸다. 난생 처음이었다. 동상이라는 게 이런 것임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로오하츠 오오젯신 기간에는 밤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야좌(夜座)라 하여 법당 밖 옥외 툇마루에 앉아 추위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좌선한다. 고깔모자 하나 쓰고 담요 한 장 어깨에 두르고 눈 내리는 정원을 마주 하여 앉아, 살을 에는 삭풍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화두를 든다.

이번 수행 기간 중에는 일본 스님 한 분이 야좌 수행을 하던 중 졸다가 툇마루에서 거꾸로 떨어져 얼굴에 다섯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얼마나 수면이 모자랐으면 그 추위 속에서도 졸다가 떨어졌을까? 하지만 스님들은 오히려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눈치였다. 집중수행 하루 전날 저녁, 수행에 참가하는 전원이 모여 방장 스님과 차를 함께 마시는 다례(茶禮)가 있었다.

고오가쿠지의 방장 스님은 청정하고 엄격한 수행으로 널리 알려진 미야모토 타이호오(宮本大峰) 대선사이시다. 지난 5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의 초청을 받아 한국도 방문하셨다. 학술회의에서 기조 강연을 하셨지만, 이에 앞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께 과거사 참회부터 하셨다.

미야모토 방장 스님이 로오하츠 오오젯신 하루 전날의 다례에서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로오하츠 오오젯신 때는 목숨 걸고 수행했다. 7일을 하루같이 수행해야 한다. 3일째까지는 누구나 잠자지 않고 정진할 수 있다. 그러나 4일째부터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데, 수행하다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수행하다 죽으면 절에서 장례를 치러줄 테니 걱정할 것 없다.

나도 1961년 로오하츠 오오젯신때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열이 나면서 음식을 전혀 삼킬 수 없었다. 의사와 주위 사람들은 곧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수행을 계속 했다. 그런데도 죽지 않고 지금 이렇게 멀쩡하지 않느냐? 하하하….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추위와 통증과 졸음 참는 것을 수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것을 목표로 한다면 극기훈련이 될 뿐이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보리심을 가지고 화두를 놓치지 않는 것이 수행이다.”

방장 스님 말씀은 선방 분위기 곳곳에 배어 있었다. 좌선 중에 깜박 졸거나 조금만 흐트러졌다 하면 직일(선방에서 스님들을 지휘 감독하는 직책) 스님은 각목 같은 죽비로 인정사정없이 그 사람 어깨를 펑펑 내려치거나, 다다미 위를 죽비로 꽝 치면서 사자가 포효하듯 고함을 지른다. 옆 사람의 죽비 맞는 소리에 이쪽까지 잠이 확 달아난다.

밤 10시가 넘었을 때였다. 스님 한 분이 좌선하던 중 깜박 졸다가 뒤로 넘어졌다. 죽비를 들고 선방을 돌고 있던 직일 스님은 곧장 달려가 넘어진 스님 몸 위로 인정사정없이 죽비를 후려갈겼다. 졸음은커녕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었다.

김사업(오곡도 명상수련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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