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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불 막으려면 명예에 관한 리스크부터 관리해야

기자명 김민경
  • 교계
  • 입력 2004.07.19 13:00
  • 댓글 0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유독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들 가운데 리스크(Risk)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사전적인 풀이는 ‘위험이나 손상을 입을 우려’ 혹은 ‘손해의 가능성, 위험률, 위험의 정도’인데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이 가능한 모든 악재(惡材)를 뜻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금융업계에 종사하거나 자신만의 사업을 운용하는 이들은 옆에서 보기에 심하다 싶을 만큼 일상에서조차 이 단어를 쓰고, 또 쓴다. 최근 경제지에서 발견한 한 인터뷰를 읽고서 비로소 그 연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UBS의 알베르토 토니 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리스크를 과학적으로 관리했던 금융회사만이 경쟁력을 지닌 채 숱한 난관을 이기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면서 “그래서 UBS의 경우 전 세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6만5천여 명의 사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1시간 이상씩 리스크에 대한 마인드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아울러서 그는 “금융기관이 만날 수 있는 리스크들 가운데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명예 리스크”라며 특히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서, 내 머리 속에서 꼬이고 엉켜있던 수많은 실타래가 갑자기 툭하고 풀려 나가는 느낌을 얻었다. 최근, 아니 지난 몇 주간 불심에 상처를 입혔거나 지금도 여진이 느껴지는 몇 가지 악재 -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 기독교 예배를 거부한 고 3학생의 제적사건, 지금 모 일간지에서 연재되고 있는 조계종의 파벌 분석 기사 등등의 출생원인을 단 한순간에 찾아낸 듯한 기분이 다 들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 불교계와 불자들이 종교적인, 혹은 종교인으로서의 명예에 관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소홀한 태도를 보여 왔었다 는 깨달음이다.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신 어떤 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지면에 올리게 되어서 안됐지만, 그러한 깨달음이 얻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정구업진언을 입 속에서 외어가며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전하겠다. 우리 불자들이 늘 큰스님으로 예우했던 그 스님은 어떤 정치 지도자와 가진 공적인 만남에서, 도저히 큰스님의 입과 입장에서 내뱉거나 보이지 말았어야 할 태도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연히 선보였다고 한다. 그분의 상식을 뛰어넘는 태도는 그날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덕분에 그 일은, 입에서 입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회지도층에 널리 퍼졌단다. 그리고 이후의 한국불교계는 아주 우스운 존재로 일순간 추락하는 부가소득을 확실하게 한번 더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나야했던 수많은 훼불사건의 바탕에는 그런 류의 수많은, 명예의 리스크를 외면해온 전력들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불교계 전체의 명예를 결코 먼저 앞세우지 않은, 이기심과 무지함과 유치함 등등이 뒤섞인 일들이 전국적으로, 각종 사안별로 종류도 다양하게, 출-재간을 구분치 않고 태연히 자행되었을 것이며(실제로 그랬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 모두는 오늘 이 시간도 무엇이 우리 불자들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로도 보인다.

불교계의 명예에 대해서, 또 그것을 지키는 일에 대해서 그 누구도 주장하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정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유일한 길인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불교의 종교적 명예를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라도 내남없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그 판단은 부디 독자여러분들이 내려보길 바란다.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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