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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기자명 법보신문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마음작용

분별된 지식은 허상
본성 아는 게 깨달음


불교에서는 세계의 실상(實相)을 일컬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한다. 일체유심조는 본래 『화엄경』 제19권에서 “만약 사람이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를 밝게 알려 한다면, 세계의 본성을 보아야만 하니,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이니라.”(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는 게송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는 것이 곧 세계의 본성이요, 이러한 세계의 본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를 밝게 아는 것 즉 깨달음이다. 이처럼 일체유심조 한 마디는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렇게 글을 읽고 생각을 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고 욕망하는 모든 것이 바로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고 아는 것은 생각으로 분별된 지식이다. 생각으로 분별된 지식은 허상(虛想)이니 지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세계의 실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실상은 생각으로 분별하거나 지식으로 그려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막힘 없이 통하여 실상에 있을 수 있을 뿐이다. 자신도 없고 세계도 없고 다만 실상이 있을 뿐이다.

예컨대, 모래조각을 하는 경우를 비유하여 살펴보자. 모래를 가지고 사람 모양, 건물 모양, 동물 모양, 식물 모양 등등 온갖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모양은 오직 모래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모래를 가지고 모래의 모양을 만들 수가 있을까?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모양을 만들든지 그 모양이 곧 모래 아닌 것은 없다. 모래의 모양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모래가 아닌 모양도 없는 것이다. 마음을 분별된 모양으로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어떤 분별망상도 마음 아닌 것은 없는 것이다.

한편 모래를 가지고 모래를 만들 수도 없다. 만드는 그것이 이미 모래인데 어떻게 다시 다른 모래가 만들어지겠는가? 또 모래를 가지고 어떤 모양을 만들든 모래 아닌 것은 없으므로, 모래를 가지고 모래 아닌 것을 만들 수도 없다. 모래를 가지고는 모래를 만들 수도 없고 모래 아닌 것을 만들 수도 없다. 그러므로 생각으로 분별하여서는 어떻게 하여도 마음의 실상에 통할 수가 없고, 분별을 멈춘다고 하여 실상에 통하는 것도 아니다.

실상에 통하는 것은 모습에 머물렀던 눈길이 문득 존재로 향한다고나 말할 수 있을까? 예컨대, 손의 경우를 보자. 손은 무엇을 잡아 보아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그런데 갑자기 손이 자기 스스로를 잡아서 자기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손을 내저으며 잡아 보아도 잡히는 것은 다른 것들이지 손 스스로는 아니다.

손이 스스로를 잡으려는 갈망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자신을 잡아 보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자신을 잡아 보려는 갈증에서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찾던 도중에 어느 순간 홀연 자기를 잡으려는 갈증이 사라짐을 체험할 수가 있다. 무엇을 잡았거나 놓아서가 아니라, 잡고 놓고를 반복하는 도중에 문득 자신이 확인된 것이다. 실상의 체험은 이렇게 온다. 그런 뒤에는 무엇을 잡건 무엇을 놓건 언제나 자신의 존재가 확인된다.

김태완 박사
무심선원 원장 www.mindfr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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