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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선동가-석존과 간디!?

기자명 법보신문
허 우 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


석존이 오늘 이 땅에 오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가끔 해보는 이런 상상은 필자와 같이 종단이나 특정 단체와 특별한 관계에 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특권이리라. 필자는 간디를 통해 자유롭게 상상해 보려 한다.

간디가 남긴 글은 너무나 선동적이어서 사람을 가만 두지 않는다. 그 자신이 선동가였기 때문이다. 그가 선동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고 폭이 넓어서, 폭력과 허위 안에서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이다. 먼저 국가와 민중을 위한다고 동분서주하는 정치가에게는, 명예욕과 물욕,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하고, 정치가란 직업 자체가 진실이란 덕을 지키기는 어렵고 허풍떨기는 아주 쉬운 직업이라고 일갈한다. 무슨 값을 치르고서라도 부자 되는 길을 가르치는 자본주의 경제 관료 및 학자에게는, 그 길이 부익부· 빈익빈의 길, 탐닉과 궁핍에의 길, 사악의 길이 아니냐고 항변한다. 사업가에게는 부의 축적이 불살생 원리의 정면 위반이라는 말로 가슴을 찌르고, 파업 노동자에게는 너희 역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팍스 브리태니커든, 팍스 아메리카나든 강대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해서는, 그것이 오만, 오류 그리고 무엇보다도 빤한 물리력에 근거한 것이라고 맨 가슴으로 대든다. 소위 대-한민국이라고 외쳐대는 피 끊는 청년에게는 진리 앞에 조국마저 바칠 각오가 없다면 그 외침은 허위와 조급의 소리이기 쉬울 것이라고 꾸중한다. 그리고 현대문명에 대해서는 그것이 향유와 소유에 대한 욕망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근본에서부터 전복하라고 선동한다.

읽고 글쓰기에 도취되어 있는 학자에게는, 자신과 세상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지성만이 아니라 심정이 중요하며, 손이나 머리만이 아니라 온 몸을 움직여야 할 것, 그렇지 않으면 세련된 위선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도 닦는다 하고 앉아 있기를 즐기는 도인에게는 고요 속에는 애당초 진리 구현이 확인조차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요에의 탐닉도 탐닉인지라 종교인은 진리와 비폭력의 잣대로 그들을 추궁하고 선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책망한다.
간디는 선동적 행위에서 무행위를 찾았고, 생멸의 시간 속에 진여의 영원을 보려 했다. 선동가 간디는 그런데 자신의 삶을 이끈 스승의 한 분으로 석존을 주저 없이 꼽고 있다. 석존이야말로 진리와 비폭력을 앞세워 당시 부패와 나태에 빠져 있는 브라만 계급을 내치고, 민중에게 지고의 행복을 선물했던 인물이었다고 본다. 간디에게 자기 정화를 위한 석존의 고행은 선동가의 심덕을 위한 것이었다.

간디를 통해 본 석존은, 평화를 주기 전 먼저 우리를 선동하시는 분이다. 선동가로서의 석존의 상이 옳다면, 우리의 불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석존의 시절보다 오늘날의 민중은 더 깨어있고, 정치는 더욱 치열하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들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선불교 전통, 아니 동아시아 선불교 전통을 통째로 힐문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선동가 부처님을 선실의 방장이나 종단의 長쯤으로 유패 시킨 다음, 고요와 복 빌기 불교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런 것을 부처님의 불교로 용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거짓 고요와 구복에 영원히 비협조하고 저항해야 할 씨앗-불성, 여래장, 일심, 아뜨만-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빛이 어둠을 가만 두지 않듯이.

우리 속의 불안과 초조, 어둠은 우리가 이미 선동당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올여름 화두는 선동이다. 선동당하고 선동하면서도 고요를 찾는다면 그가 도인이다. 아! 우리 속의 영원한 선동가여!
huh111@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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