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수호능력 재점검이 필요하다
더구나 공식적인 사과도 아니고 뒷전에서 기독교계 인사들의 적당한 수습노력에 의해 나온 사과문을 선뜻 받아들이는 것에서 우리는 조계종 총무원 등 불교계 대응을 주도했던 주체들에게 깊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이명박 시장의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이기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다. 우선 그 사과문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시장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점이다. 사과문 작성이 물밑에서 기독교계 인사들의 중재와 조율로 이루어진 점이 두 번째 이유이다. 셋째, 사과문 내용에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인지가 적시되지 않았다. 네 번째는 서울시의 휘장이 새겨진 봉헌서를 낭독했고 문제의 행사를 주최한 기독교청년단체도 서울시장 자격으로 초청했음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개인적인 종교행사 참석이라고 둘러대고 있는 점이다.
하긴 이런 문제점들을 애써 따지는 게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조계종의 수장이 대표로 있는 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이 두리뭉실한 사과문에 대해 환영문까지 발표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할 것인가. 그나마 일부 단체에서는 이명박 망발을 법정에 세워 공직자의 종교편향행위를 법적으로 막는 판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꺾고 있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차제에 불교계의 교권수호 능력에 일대점검이 시급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을 통째로 하나님께 바친다는 이가 나와도 속수무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천태종 해외포교 올인 종책의 의미
천태종이 몽골과 캐나다에 부지를 확보해 한국사찰을 건축하고 파키스탄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는 종단의 뿌리찾기 차원에서 진행해온 기존의 중국·일본불교 교류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이른바 천태종의 해외포교 올인 종책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후진국을 상대로 한 단순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 한국불교를 나타낼 수 있는 사찰을 건립해 불자들이 한국적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기존의 불교계 해외포교와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말 그대로 해외에 한국불교를 알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진정한 한국불교 포교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일부 종단의 거품 포교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 전무한 사람들이 지극한 노력으로 자수성가해서 세상의 이목을 끌듯이, 천태종은 상월 스님이 중창할 당시 미미했던 교세를 67년 종단 등록 후 불과 40년도 못된 시점에서 국내 굴지의 불교종단으로 성장시키며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다.
이러한 저력을 지닌 천태종이 이제 국내만으론 포교무대가 좁다며 해외로 발길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작은 관심 표명 정도가 아니라 천태사상을 널리 알리고 한국천태종의 존재를 심어주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종책 사업이다.
천태종은 이와함께 현지에 신도회를 조직하고 종단에서 스님을 파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왕 해외포교에 대한 원을 세웠으니 당연히 추진해야할 일이겠으나, 그동안 몇몇 종단은 해외포교를 강조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때문에 천태종의 이러한 해외포교 올인 종책이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가 않다. 한국불교를 해외에 알리고 현지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은 종단의 적극적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천태종의 해외포교 활동은 해외포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종단이나 단체에게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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