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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가 달라이라마 저술 앞다퉈 펴내는 까닭은?

기자명 김민경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세계적 명성→'홍보 수월' 효과 높은 사회성→현대인 기호에 맞아"

한국정부는 달라이라마의 비자 발급을 피하고 있지만 한국의 출판계와 일반 국민들은 달라이라마에 관련된 책이라면 무조건 환영하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직접 쓴 책을 번역-소개하였거나 그와의 만남을 끌어대어 출간된 책은 2000년 5월 이후 약 15권. 지난 1994년 불교관련 전문서를 펴내던 도서출판 장승이 달라이라마의 책 『당신의 적이 당신의 스승입니다』를 출판한 이래 다소 뜸하다가 갑자기 2000년 이후부터, 유래없이 다양한 형태로 국내에 소개고 있다.

2002년 8월 현재까지 6개월동안에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등 무려 다섯 권이 출간됐고 최근에는 도올 선생이 3권짜리 근본불교해설서 겸 '친견기'를 펴냈다.

한국출판계의 환영을 받고 있기는 베트남 출신 고승 틱낫한 스님도 마찬가지. 출판사가 별 기대없이 펴낸『화』가 올해 초 입소문 끝에 의외의 대박을 터뜨리자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김영사) 『틱낫한의 평화로움』(열림원)가 잇달아 출판됐다. 달라이라마야 노벨상을 수상한 전세계적인 종교인이라서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틱낫한 스님의 책마저 연타를 날리고 한국 출판계의 메이저급 출판사들이 이 두 스님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앞다퉈 원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기이하다. 해서 일반출판계는 물론 불교계 출판가에서도 이처럼 전에 없는 현상을 두고 갖은 분석이 분분하다.

높은 사회성 '두 스님의 글은 현대인들이 갈구하는 그 무엇을 갖추고 있다'는 이들이 많다. 달라이라마가 글을 통해 주창하는 내용은 교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 본질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의-주장을 전하는 태도는 각박한 현대인들의 심성을 배려한 '그 무엇'을 가득 안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최고의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연구했으며 여러 대륙에서 다양한 사람을 제접-지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두 스님의 글은 내용 면에서 전 세계 어떤 스님과 종교지도자에 견주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뛰어난 설득력 두 스님의 글이 불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글의 전개가 아주 논리적이며 뛰어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교계 출판사의 한 일꾼은 "한국 스님들의 경우,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분이 드물다. 성철 스님 관련 책 외에 국내 스님의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지 못하는 것은 불교사상의 요체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할 수 있는 스님이 없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브랜드 가치 두 스님 모두 전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출판사들로서는 홍보에 그 만큼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일반 출판사들이 한국 스님 책은 출판을 꺼려하면서 두 스님의 책만은 줄지어 펴내는 태도의 이면에는 이러한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스님들 대다수가 '불자들만의 큰스님'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인지.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불교계 출판사들은 이들 두 스님의 책을 경제적인 한계로 인해서 펴내지 못한다. 저작권을 지불하고 들여와 번역을 맡기고 책을 만든 후 갖은 홍보를 거쳐 베스트셀러로 만들자면 적지 않은 재원이 투자되어야 하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시한 이래 가장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는 불교계 출판사들로서는 도무지 엄두도 낼 수 없는 프로젝트이다. 불교교리에 밝은 교계출판사 대신 번역된 문장을 다듬고 홍보하는데는 탁월한 실력을 갖추었으나 불교교리에 대한 이해가 척박한 일반출판사들이 두 스님의 책을 전담하여 펴내게 되자 그에 따른 폐단도 일부 따르고 있다.

즉 '불교책'의 범주에 들어가는 두 분 스님의 책이 기획과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일반인들의 입맛'에 맞게 내용이 재편되는 현상이다. 강원 등지에서 공부하는 학인 스님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 책들이 '내용성이 없다'며 비판받고 있다고 한다.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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