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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개혁불사 초심 잃어버린 모든 개혁세력

기자명 이종학
자정능력 상실 교단위해 본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한국사회의 변화가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폭과 속도가 이전에는 없었던 수준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언론, 시민운동 등 사회 전반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폭과 속도가 하도 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의 시대적 물줄기 앞에서 과거의 낡고 고착된 사고나 관행이 버틸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고 있을 때, 그 변화의 흐름에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답보나 현상유지가 아니라 분명한 퇴보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우리사회에서 정신적 분야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고 새로운 변화에 따른 적절하고도 수준 있는 가치관을 제공해야할 종교계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웃종교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불교계의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는, 이른바 천민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성 정치판을 뺨치는 종단정치의 지형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부정, 부패, 폭력, 전횡. 월권, 특권의식, 도덕적 해이 등 부끄럽고 부적절한 현상들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에 대해 교단의 구성원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는 하면서도 정작 이를 개혁하거나 바로세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한 풍조가 시나브로 정착단계에 와 있는 듯하다. 이것은 불교교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94년 종단개혁을 통해 장기집권과 권력집중의 폐해를 일소시키려 했던 일련의 시도들은 총무원장 3선 논쟁의 재연, 이로 인한 폭력 동반의 분규사태 재발, 종회의원에 대한 과도한 특권 부여, 총무원장 및 본사주지 선거제도 도입으로 인한 폐해 빈발, 양심·순수가 생명인 시민사회운동가 모습을 한 새 형태의 정치세력 출현, 불교사회단체들의 종권예속화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불교계는 10년 전 종단개혁 이전으로,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못한 모습으로 회귀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모든 기득권에 대한 위대한 포기, 화합과 존중, 양보 등의 모습을 불교 교단에서 찾아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떤 특정 세력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종단개혁 과정에서 일어난 숭고한 희생과 고통, 절규와 함성의 대가를 송두리째 독식한 신진 기득권 세력이나, 94년 종단개혁 정신이 퇴색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도 이를 방관했거나 외려 퇴행적 흐름에 방조 또는 동승한 이들이 함께 반성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10년 전, 우리 사회 어느 곳보다도 먼저 변화와 개혁을 향한 뜨거운 몸부림을 시작했던 불교가 오늘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불자들의 공업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차에 며칠 전 실천불교승가회가 지난 시절 행보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10년 전 개혁불사 주도세력의 한 축을 형성했던 실천승가회가 변화는커녕 승단의 생명 줄과 같은 자정능력마저 상실해가고 있는 교단에 희망의 청량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개혁정신을 잃어버린 채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모든 개혁세력의 원상회복을 촉구한다.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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