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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포기→수행’트렌드화 추세

기자명 김형규

성공한 이들이 수행길 걷는 이유

세속적인 부와 명예를 버리고 출가하거나, 세속을 등지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수행을 위해 대학교수, 교사, 고위 공무원 등 사회적 선망의 대상인 좋은 직장을 버리는 것은 물론 전재산을 털어 수련원을 짓고 후학을 지도하는 등 수행 전령사로 나서고 있다. 권력과 부, 성공 등 기존의 사회적 가치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는 수행이 이제는 사회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고희(古稀)의 나이에 불문에 귀의한 박현태(朴鉉兌·71) 전 KBS 사장의 출가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연(志淵)이라는 법명을 받고 태고종으로 출가해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 내 백련사(白蓮社) 주지로 수행과 포교에 나서고 있는 박 전 사장은 한국일보 편집국장, KBS사장, 11대 국회의원, 문화공보부 차관, 동명정보대 총장 등 권력과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명망가다. 그러나 그는 황혼의 나이에 평생을 바쳐 일궈온 사회적 지위를 모두 버리고 출가를 단행했다.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시골로 낙향, 수행에 전념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휘옥, 김사업 교수가 바로 주인공. 이들은 지난해 초 금강대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한반도 끝자락 통영 오곡도에 명상수련원을 개원했다. 분초를 아껴 수행에 매진하고자 하는 결심 때문이었다. 이들은 현재 분필 대신 죽비를 들고 수행과 후학 지도에 일로 매진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에는 서울대 대표적인 수행 동아리 청정회에서 활동했던 30대 초반의 엘리트들이 직장과 학업을 중단하고 구도자의 길을 걷겠다며 출가해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학교와 동아리 선후배인 이들은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던 최영삼씨 등 사무관 2명을 비롯해, 서울대 학부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앞날이 보장된 젊은이들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2-3년에 걸쳐 차례로 12명이 출가를 단행함으로써 사회적 성공보다는 내면의 완성을 추구하는 지식인들의 단면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외에도 서강대 박영재 교수와 상명대 박석 교수의 경우처럼 현직에 있으면서도 수행 모임을 운영하며 치열한 구도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도 적지않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이미 재가불자들의 뜨거운 수행 열기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전국 40여개 재가선방에서는 6000여명의 불자들이 용맹정진하고 있으며, 올 여름 전국 60여개 사찰에서 실시한 여름 수련회에 대략 1만 7200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참여하는 등 재가불자들 사이에서 수행은 이제 일상화의 단계를 걷고 있다.

특히 수련회에 사회 엘리트는 물론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와 성직자 까지 참여해, 여름 휴가 문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수행에 대한 사회적 욕구에 부흥하기 위해 월정사를 비롯, 영남불교대학, 담양 용화사 등 3곳에서 삭발염의하고 불문에 입문하는 ‘단기출가’ 수행이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공고 며칠만에 정원이 몇 배가 넘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가하면 연령 제한에 걸려 단기출가가 불가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항의성 전화까지 걸려오는 등 관계자들이 적지않은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교계 수행전문가들은 “수행이 신심의 안정이나 몸의 건강 등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관심을 모으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수행 자체가 바로 관심의 대상이며 가치가 되고 있다”며 “사회적인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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