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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 표준화 사업 난항

기자명 권오영
  • 교학
  • 입력 2004.08.31 10:00
  • 댓글 0

5000개 용어 발음-표기 통일안 채택
강제 규정 마련…“학문 자유 억압”반발

한국불교학회 등 불교계 9개 학술단체가 최근 발표한 ‘불교용어 표준안’에 대해 일부 학자들이 반발, 향후 불교용어 표준화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불교학회, 한국선학회, 인도철학회, 동국역경원 등 불교계 9개 학술단체는 지난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대전 동학사에서 워크숍을 갖고 5000여개의 불교용어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범어는 인도 와라나시 지역을, 팔리어는 바란티 지역, 티베트어는 라사 지역에서 발음하는 음가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또 범어, 팔리어 등에서 다르게 표기되는 원어 용어는 범어를 가장 우선시하며 범어 표기가 없을 경우, 그 용어가 성립된 나라의 발음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독송되는 반야심경의 진언부분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가떼가떼 빠라가떼 빠라상가떼 보디스와하’로 발음 및 표기해야 하며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두타 제일’로 알려진 ‘가섭’ 존자는 ‘까샤빠’로 표기된다. 또 ‘비파사나’는 ‘위빠사나’로 ‘니르바나’는 ‘니르와나’로, ‘스투파’는 ‘스뚜빠’로 표기돼야 한다.



한국불교학회는 1차로 선정된 표준안을 9월초까지 ‘불교표준용어집 초안’을 제작해 학술단체협의회에 제출하고 추후 2차안을 재검토, 2005년 8월 말까지 최종 표준용어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불교학회는 불교용어 표준안 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각 학회에 인준을 거쳐 이 통일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학술진흥재단에서도 강제규정을 채택, 추후 발표되는 논문이나 저술에서 이 표준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점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표기 원칙과 강제 규정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학문적 자유를 막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회장은 “오랜 기간 음성학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음운체계를 마련해 놓고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결에 의해 강제로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어떤 것이 원음에 가까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원음에 가까운 통일안을 만든다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동국대 인도철학과 정승석 교수는 “용어 표준화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표준안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며 “된소리를 지양하는 한글 정서와 다르게 원음에 가깝다는 이유로 된소리를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으로 통일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학회 총무 이사 김용표 교수는 “불교용어 표준화 사업은 불교 용어가 혼재돼 사용됨에 따라 일반인 뿐 아니라 학자들도 혼동을 겪는 불편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표준안은 초안에 불과할 뿐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불교용어 표준화 사업은 불교학 발전과 포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종단 관계자 및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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