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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⑧

기자명 법보신문

천태대사 ‘천수경 참회법’ 수용 체계화

“모름지기 자신이 지은 죄와 업장이 마치 저 바다와 같음을 알아서,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소멸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씀은 바로 보조지눌 스님의 저서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이참은 인간은 본래 부처이므로 죄는 본래 없음을 말하는 돈오적 참회를 가리키는 것이며, 사참은 현실적 입장에서 볼 때 여전히 중생인 까닭에 참회해야 할 죄가 있다고 보는 점수적 참회를 말한다. 물론, 이참과 사참은 ‘독송용 『천수경』’ 안에서 확인할 수 있음은 앞서 살펴본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참과 사참을 둘 다 함께 닦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을 보조지눌이 최초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고는 중국 천태종의 개조 지자(智者, 538∼597)대사에게서도 확인된다. 다만 그는 이참을 ‘존재의 참모습을 관찰하는(觀察實相) 참회’라고 말하며, 사참을 ‘현실 소에서 분별하는(隨事分別) 참회’라고 용어를 달리 말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지자대사가 세운 천태종은 이치와 현실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예에서 보듯이 회통불교를 지향하는 점에서 『천수경』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참회라고 하는 수행법을 공히 강조한다는 데서 찾아진다.

참회 수행의 핵심 포함돼

나는 『천수경』이 어떻게 신행되어 왔던가를 살펴본 논문 「천수경 신행의 역사적 전개」(『미래불교의 향방』, 장경각, 1996)에서 바로 이 점을 주목해 보았다. 중국에 들어와서 『천수경』은 예참이라는 형식 속에서 행해지기도 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것은 송대의 천태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명지례(四明知禮, 960∼1028)에게 『천수안대비심주행법(千手眼大悲心呪行法)』이라는 일종의 예참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원본 『천수경』’에 입각한 참법 이외에도 『법화경』에 입각한 법화참법과 『금광명경』에 입각한 참법을 저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가 『천수경』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태종의 한 조사에게 『천수경』은 왜 주목되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서 사명지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다라니(신묘장구대다라니…인용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능히 입으로 외울 수 있었으니 모르는 결에 외우고 지니고 법이 되었다. 뒤에 천태의 교상과 관법을 익히고 나서 그 경문을 찾아보니 관혜(觀慧)와 사의(事儀)가 족히 수행을 위해서 쓸 수 있을만 하였다. 그러므로 간략히 뽑아내어서 스스로의 규범으로 삼고자 하였다.”(대정장 46, p.973a.)

사명지례는 『천수경』 안에 관혜와 사의가 구족되어 있으므로 수행을 위해서 의지할 만 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혜와 사의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에 천태종의 특성이 존재하는데, 바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존재의 참모습을 관찰해 본다면 거기에는 참회해야 할 죄·업장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를 관혜라고 한 것인데, 이는 실제 선적인 차원을 의미한다.

업장 소멸이 곧 깨달음

관은 선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여러 가지로 참회해야 할 죄·업장이 존재함으로, 그에 맞추어서 참회하는 의식 역시 없을 수 없게 된다. 사의라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행해지는 의례라는 뜻이다. 그 의례는 참회의례로서 사명지례에 의해서 조직된다. 그것이 곧 『천수안대비심주행법』이다.

이렇게 사명지례는 『천수경』을 그 자신이 배운 바 천태학의 입장에서 읽고 있다. 지자대사가 저술한 『법화참법』에 준하여 『천수안대비심주행법』을 저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수경』은 천태학과 만나서 그 보편성을 높이고, 참회라는 수행법을 그 자신의 브랜드로 확립하게 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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