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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좋은 자전거

기자명 법보신문

자전거 장만한지 4일만에 분실
또 한대 샀더니 2시간 뒤 사라져

북경에는 정말로 자전거가 많다. 내가 사는 대학교 주변에도 마치 사람 숫자보다 자전거 숫자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저녁 퇴근 시간에 거리에 나가 보면 자전거 부대가 도로를 반쯤 점령해 버리는 것 같다.

처음 북경에 와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중국말로 시우츠(修車) 라고 쓰여진 곳을 종종 보았는데 왜 길 한가운데서 자동차 수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것도 보아하니 자동차를 고칠 만한 장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서 말하는 차는 자동차가 아니라 쯔싱츠(自行車) 즉 “자전차”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중국에서는 자동차만큼이나 자전거가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나도 자전거를 하나 장만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파는 곳을 세 군데 정도 둘러보다가 대학교 안에서 타고 다니기 좋을 만한 싼 것으로 하나를 골랐다. 가격 흥정을 하고 나서 자전거를 몰고 중국인 자전거 부대 안에 함께 묻혀서 집으로 오니 마치 나도 중국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자전거를 산 지 한 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자전거 곳곳에서 이상이 생긴 것을 감지 할 수가 있었다. 자전거 페달이 약해서 다 떨어져 나가게 생겼고 자전거 체인에도 문제가 생겨 삑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진짜 큰일은 자전거를 산 지 나흘째 되던 날에 발생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내 자전거가 온데 간데 없어진 것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30분 정도 주위를 둘러보아도 내 자전거를 찾을 수 없었다.

나랑 인연이 별로 없었던 자전거인가 보다 체념하고 그 다음날에 바로 또 다른 자전거를 사러 자전거 가게를 찾았다. 요번에는 쉽게 고장이 나지 않을 놈으로 돈을 조금 더 주고 샀다. 또한 가게에서 파는 자전거 열쇠 중에 가장 좋은 것을 따로 또 샀다. 설마 이렇게 견고한 열쇠까지 부수고 내 자전거를 훔쳐 가진 못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런 내 예상은 자전거 산 지 단 두 시간 만에 보기 좋게 빗나 가고 말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오니 아뿔싸, 내 자전거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학교 교수님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니 아무리 좋은 열쇠로 잠궈 놓아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교수님 친구 중에 한 명은 자전거에 열쇠를 9개를 달고 다닌다고 하는데 심지어 그 자전거도 훔쳐 갔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자전거 도난의 원인은 부실한 열쇠가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탐심을 내게 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다녔던 바로 나한테 있었던 것이다. 북경에서 최고로 좋은 자전거는 비싸고 고장 나지 않는 자전거가 아니라 여기 저기 고장이 나더라도 길거리 수리공에게 고쳐가면서 쓸 수 있는 손때 묻은 평범한 자전거인 것이다. 일주일 만에 자전거 두 대를 잃어버리는 “신기록”을 세우고 나서 지금 나는 길거리 자전거 수리공에게 물어물어 북경 최고의 자전거를 찾아 나섰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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