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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치 사슬 끊는 活刀는 知足

기자명 법보신문

同事攝 수련지도 20여년 용타 스님

무작정 아집 버리라 하면
쉽게 놓지 못하는 것 당연
지족의 삶 평소 실천하며
자신 내면부터 정화해야



부처님과 똑같은 자리
중생에게도 분명있어
‘나는 존재한다’식 삶
지옥 놀음에 불과할 뿐


살아있는 불교, 생활불교, 바로 이 순간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는 ‘활불교’(活佛敎)를 주창했던 용타 스님은 1980년 동사섭 법회를 개창한 후 20여년 간 대중들에게 불교수련을 지도해 오고 있다. 용타 스님의 독특한 수련 체계는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현재 약 3,000여명의 회원이 정기적인 수련회에 참여하고 있다.

근기 고려않은 ‘해탈’강조는 무리

용타 스님의 수련체계는 동사섭에서 펼치고 있는 5대원리를 통해 알수 있다. 삶의 주체인 나를 바로 아는 ‘정체’(正體)를 비롯해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이 5대 원리다. 용타 스님이 좌선을 통한 깨달음 증득을 처음부터 제시하지 않는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수양 수준이나 근기나 기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모든 사람들에게 ‘무아’, ‘무상’을 강조하며 ‘해탈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불행의 극점에서 해탈의 극점까지는 무수(無數)의 단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지만 표현의 편의를 얻고자 삼분법으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욕구가 좌절됐다고 생각하면 불행을 느끼고, 욕구가 성취됐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니 욕구를 놓아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고 하는 것은 병이 있는 사람에게 치료는 하지 않고 병을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느 정도 입원하고, 어떤 약을 쓸 것이며, 어떤 물리치료를 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 무작정 아집을 버리라 하면 놓기 어렵습니다. 그 아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번뇌를 끊기 전 그로 인한 병든 자신을 치료해 가는 과정을 거쳐 궁극에 도달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탐진치 벗음이 해탈이라는 인식을 역으로 새롭게 해 일체처, 일체의 경우에서 탐진치를 직면해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탐진치 굴레의 사슬을 끊는 활도(活刀)는 다름아닌 ‘지족’(知足)이다. 욕구 좌절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겹겹이 퇴적된 무의식 속의 탐진의 한(恨)이 ‘공’(空)이나 ‘무아’(無我) 등의 초월론법으로 당장 용해되기는 어려운 것이니 탐진의 한을 완화시키는 정화작업이 필요한데 그 한 방편으로 ‘지족’을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법구경에서도 지족최부(知足最富)라 했습니다. 사람은 현재 이미 있는 것, 현재까지 이미 이루어 온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직 없는 것, 아직 이루지 않은 것을 있게 하고, 이루고자 하는 데에 집착함으로써 괴로움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까?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을 누리며 평범한 일에 감사한 하는 것이 지족입니다. 해탈이나 초월이라는 것은 일단 뒤로하더라도 ‘지족’의 방편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 체득한다면 세간에서 말하는 행복을 넘어 무아의 중도실상도 체득해 궁극에는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님은 간화선이든, 위파사나든 정통적인 수행을 하더라도 ‘지족’과 ‘감사’의 명상을 할 것을 강조한다. ‘아미타불’한 명호에만 전념하기로 한 수행자라도 공부 에너지의 십분의 일만 긍정 명상을 한동안 한다면 공부 능률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지족’은 ‘긍정’에서 출발한다. 용타 스님의 수련체계에서 ‘마음’과 ‘몸’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마음은 우주하고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는 기본에서 출발해 ‘마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에 도달한다. 무한한 환희의 가능성, 무한한 지혜, 자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마음의 초차원성과 해탈성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그래서 마음이 곧 부처라는 불성(佛性)을 밖에서 찾지 않는다.

일단 생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근거가 되는 육체에 감사하며 부분적으로 눈, 코, 입, 손, 발, 허파, 신장, 척추 등의 모든 기관과 조직을 관찰하며 그 기능의 신비를 찬탄하는 명상도 한다.

‘옴-나-지-사’실천법 독특

동사섭 법회에서는 방 가운데 주전자 하나를 놓고 감사거리를 발견해 표현하게 하는 이색적인 시간이 있다. 단순한 물건 하나에 수십에서 수백가지의 감사점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수련생들은 놀라고야 만다. “긍정 명상은 자신의 마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까운 사람, 남편이든, 아내든, 아들이든 친구든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또는 어떤 물건이든 좋습니다. 감사하다는 출발점에서 시작해 명상해 보십시오. 놀랄 것입니다.”
용타 스님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깨어 있게 하는 방편으로 ‘옴나지사’를 계발해 권유하고 있다.

‘옴’은 밖으로 오경에 마음을 두지 않고 안으로 법경에 마음을 두지 않을 때 체험되는 상태다. 즉 부처님과 똑같이 깨인 자리다. 불성이 중생에게도 있다고는 하지만 깨인 자리로 있다고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생에게도 분명히 깨인 자리는 있습니다. 어느 순간 어느 사람에게 무한한 자비심이 발로될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모든 번뇌를 놔둔 삼매 상태도 있습니다. 단지 그것은 찰나적입니다. 아주 잠깐 사이에 늘 있던 무명이 걷어진 것입니다. 찰나의 순간 구름이 걷힌 해를 본 것이지요. 다만 우리는 그것을 간과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그 찰나적 순간을 좀더 길게 끌고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지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수행을 하면 반드시 깨달음은 다가올 것입니다.”

‘나’는 ‘...구나’이다. 육경(六境)을 단지 수용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주관적인 가치판단, 주관적인 개념화를 하지 않으면서 그냥 보여지되 보지 않고, 들려지되 듣지 않는 수동적 감각행위를 의도적으로 하려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가 아니라 ‘바람이 부는구나’, ‘해가 뜬다’가 아니라 ‘해가 뜨는구나’이다. 평정한 마음으로 일체 경계를 수용하려는 노력이다.

긍정사고 틀로 바꿔야 수행 배가돼

‘지’는 ‘....겠지’다. 일체 경계에 대해서, 특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경계에 대해서 ‘무슨 사정이 있겠지“해 보는 것이다. 이해와 자비의 대상이 있을 뿐, 아쉽고 안타까와야할 대상이 없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는 ‘감사’다. 나와 이웃은 물론 평범한 모든 동식물과 무생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심리학자 베크의 말대로 정서는 사고에서 나옵니다. 사고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서도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차원의 정서권에서 살고자 하지 않는다면 정서를 유발시키는 사고의 틀을 고차원적인 것으로 교정해야 합니다.

‘나는 존재한다’는 식의 삶을 살면서 지옥 놀음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공(空 )하다’는 사고 방식으로 사고의 틀을 고쳐봄으로써 니르바나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극락과 지옥은 한 생각 차이라 하지 않습니까.”

용타 스님의 수행체계의 핵심을 굳이 말하자면 ‘정견’과 ‘정사유’인 듯 하다. 용타 스님의 ‘정견’과 ‘정사유’가 빛을 발하는 것은 그에 따른 실천 방안이 뚜렷이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팔정도를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용타 스님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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