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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한글창제 역사 바로잡아야”

기자명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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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0.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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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신미 대사 자료 수집 복천암 주지 월 성 스님

“한글 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신미 대사가 역사 평가에서 가려져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선 초 뛰어난 학승 신미 대사의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한글 창제와 관련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을 것입니다.”

지난 30년 간 신미 대사의 자료 수집에 전념해온 속리산 복천암 주지 월성 스님은 “신미 대사는 한글창제의 결정적 영향력을 끼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학자들의 그릇된 사관으로 한글창제의 배경과 과정이 왜곡돼 있다”며 “신미 대사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5년 사형인 탄성 스님의 권유로 복천암 주지 소임을 맡게 된 월성 스님은 이 때부터 신미 대사에 관한 자료 수집에 천착했다. 신미 대사와 관련된 각종 기록을 발굴 정리하는가 하면 조선왕조실록을 열람한 것도 수십 차례. 스님은 신미 대사의 기록을 복원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신미 대사의 기록을 복원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님이 신미 대사에 관한 자료 수집이 계속될수록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아 있었다. 당시 숭유억불 정책을 펼쳤던 조선 초기에 어떻게 신미 스님이 집현전에 들어갔으며 한글 창제에 참여할 수 있었는가가 그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복천암을 찾은 영산 김씨의 한 후손으로부터 신미 대사와 관련된 족보와 대사의 친동생 김수온이 썼다는 『복천보장』을 전달받고 스님은 이 같은 의문을 하나씩 풀어갔다.

“신미 대사에 대한 기록이 전무해 스님이 어떤 인물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산 김 씨의 족보에 신미 대사는 태종 때 영의정까지 지낸 귀족가문 출신이며 범자에 능통한 분이었다는 기록을 보고 신미 대사에 가졌던 의문을 하나씩 밝혀나갔습니다.”

스님은 『복천보장』과 영산 김 씨의 족보를 통해 신미 대사는 한학에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범서 장경에도 능통한 학승으로 집현전에 초빙돼 한글 창제에 임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스님은 또 한글의 모음과 자음이 범어 글자와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한글창제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은 당시 범어에 가장 능통했던 신미 대사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스님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이후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을 지었고, 『능엄경』, 『원각경』등 총 28종의 불교경전을 한글로 번역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교경전을 한글로 번역했다는 것은 불교에 대한 깊은 식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글 창제의 배경에 신미 대사가 제외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이 같은 한글 창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신미 대사가 후대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숭유억불이라는 강력한 통치이념을 추진했던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실록에 의하면 세종대왕이 신미 대사에게 ‘선교도총섭밀전정법지비쌍운우국이세원융무애혜각존자’라는 내리자 수많은 유생들이 이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고 이는 이후 문종 대까지 계속된다”며 “이런 이유로 한글창제를 주도했던 신미 대사가 역사적으로 가려지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제는 신미 대사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왜곡된 신미 대사에 대한 기록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한글 창제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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