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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 돌이키면 지옥도 극락이로다

기자명 법보신문

불광사 창립 30주년 법문 우 룡 스님

<사진설명>우룡 스님은 상대방이 먹는 밥으로 인해 내 배가 부를 수 없듯 불교는 철저하게 자기의 업을 자기가 닦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불광사 창립 30주년 법문 우 룡 스님우룡 스님은 상대방이 먹는 밥으로 인해 내 배가 부를 수 없듯 불교는 철저하게 자기의 업을 자기가 닦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룡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1000여 불자들.
이 시대 대표적인 대강백으로 수행자로도 손꼽히는 학성선원 조실 우룡 스님이 오래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서울 불광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10월 8일 보광전에서 개최한 고승초청대법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 이날 스님은 건강이 대단히 좋지 않음에도 법문시간 내내 꼿꼿이 서서 대중들에게 감로수 같은 법문을 들려주었다. 1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법회를 지상 중계한다.

딱 딱 딱…
(입정 후) 잘 보시고 잘 들으셨습니까. 뜻은 그 가운데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잘 유지하십시오. 또 잘 항복받으세요. 그러면 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꾸밈이 없는 실상이 없는 묘한 법을 그대로 들으셨습니다.
달마 스님이라는 어른이 중국에서 인도로 건너와 양나라 무제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달마스님에게 “내가 부처님을 잘 믿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이렇게 잘 믿고, 도량을 많이 짓고, 스님들을 많이 출가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공덕이 얼마나 될까요.” 이렇게 물었죠. 그러니까 달마대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부처님의 도량에 다니고 부처님에게 절을 하고 양무제와 같은 자리에서 대가를 바라고 어떤 공덕을 바라면서도 불교인이라고 살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에 빛깔도, 냄새도, 빛깔도 업는 데에 ‘나’라는 점을 찍고 살지 않습니까. ‘나’라는 점 하나 때문에 형제간에 싸움이 붙고, 부부간에 다투고,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가 얽힙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나’입니다. 불교인들이 이 ‘나’라는 걸 없애기 위해 발을 붙이는 자리가 절입니다.

<사진설명>우룡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1000여 불자들

모든 문제의 발단은 ‘나’

불교는 살기 위해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죽으려고 해야 됩니다. 죽을 사람은 절에 발을 들여놓고, 살고 싶은 사람은 절에 발을 들여놔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몸을 가르치며) 요거 없애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데도 ‘나’라고 고집하는 그것을 죽이는 것이 불교입니다. 이럴 때 비로소 불교인의 자격이 부여됩니다.
여러분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합니까. 절이라는 공간은 부처님께 절을 하거나 불공하거나 제사지내거나 기도하기 위해서 오는 자리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응어리를 없애기 위해 와야 합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응어리가 있을 때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고 사회가 화합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육신의 옷을 벗어버릴 때 여러 분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아있으면 결단코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팔만대장경은 이 나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가족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이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집착이 없을 때 이루어집니다. 그럴 때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위할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첫머리에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이 나옵니다. 오온(五蘊)이 공(空)한 이치를 투철하게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 내 일상에서 오온의 생활을 해야 되지만 대부분 불자들은 이들 중 하나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내 자식, 내 남편에 있어서는 어떻겠습니까. 이것이 붙어있는 한 비록 내 육체의 옷을 벗더라도 집착은 자식에게서 남편에게서 떠나지 못합니다. 가까이 있다고 후손에게 좋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집착은 괴로움이고 그 괴로움은 자손들로 하여금 또다른 괴로움을 낳도록 합니다. 바로 빛깔도 냄새도 모양도 없는 여기에 ‘나’라는 점을 찍음으로써 이런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불교는 우리 눈의 세계에 걸리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을 푸는 것을 일컫습니다. 해탈이라고 하는 것도 빛깔이나 소리나 냄새도 없는 게 아무런 집착 없이 떠나버리는 세계를 말합니다. 불교는 물에 뜬 거품과 같은 것에서 벗어나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착 버려야 진정한 사랑

저는 『반야심경』의 첫 구절의 ‘관자재보살’을 ‘슬기로운 여러분들이여’라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반야바라밀다라’는 ‘끝없는 전진, 향상, 발전’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슬기로운 여러분들이 끝없이 전진하고 향상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을 하고 오온의 세계가 공이라는 것, 물에 뜬 거품처럼 덧없는 것, 의지하고 집착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체득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세계에 들어가면 물질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벌건 숯덩어리를 만져도 손이 타지도 뜨겁지도 않은 상태에 이르렀던 것과 비슷할 듯 합니다. 그러한 조견오온개공의 세계는 더 이상 너와 나라는 분리된 세계가 아닙니다. 누구와 다툴 일도 없고 미워할 일도 없습니다.

수행은 행복 만드는 일

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이런 말들이 저절로 나옵니다. 불교는 남이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직접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둬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때로 절이 없어지고, 불상이 없어지고, 머리 깎은 스님이 없어져야 진정한 수행자가 늘어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절이 있어야 하고 불상이 있어야 하고 스님네가 있어야 한다는 우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런 경지가 하루이틀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분들이 염불이든 주력이든 화두든 하나에 전념하면서 ‘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본인이 체험을 할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이 모두가 진실이고 조금도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불교경전은 가슴에 응어리 푸는 것을 얘기한 것입니다. 마음의 헛된 장난에 놀아나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 만나는 사람에게 부드러운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이 곧 극락의 시작이고, 남의 탓만 하다보면 지옥이 됩니다. 따라서 가정이 화목하고 주변이 화목해야 참으로 불자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쉽게 되지 않더라도 그런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내가’라는 이것 하나 때문에 웃음꽃도 쑥대밭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극락도 지옥도 내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남에게 의지하려 말고 먼저 스스로 변화시키십시오. 내가 먹는 밥이 상대방을 배부르게 할 수 없고 상대방이 먹는 밥으로 인해 내 배가 부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성불하시길 바랍니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우룡 스님은

1932년 일본에서 출생했으며, 1947년 고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55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해인사에서 학봉 노스님으로부터 사집을 수학하고, 고봉 스님 문하에서 대교과를 마쳤다.
1963년 김천 청암사 불교연구원에서의 전강을 시작으로, 화엄사·법주사·범어사 강원의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수덕사 능인선원·직지사 천불선원·쌍계사 서방장·통도사 극락선원 등 제방선방에서 수행했다.
20여년 전부터는 울산 학성선원 조실로 후학을 지도하고, 여러 법회를 통해 불자들의 정법의 길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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