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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작은 정토

기자명 법보신문

오채연과 심곡암

심곡암 전경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넓은 곳에서 기회를 잡고 큰 뜻을 펼쳐보라는 말일 것이다. 자동차와 콘크리트 건물이 우거진 서울은 현재 약 357만 가구에 1,0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 “서울은 눈뜨고 코 베가는 곳”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각박한 인심 또한 감당해야할 사실이다. 나 또한 이 곳에서 겨우 틈을 비집고 바둥대면서 살고 있다.

이 복잡한 서울 도심속에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청정한 도량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해 어느 스님과 함께 정릉에 있는 심곡암을 찾게 되었다. 산길을 20여분 걸었을까. 콧등에 땀이 살짝 맺힐 쯤 도착한 작은 사찰 심곡암, 다람쥐 여러 마리가 뛰어놀고 있었고 오솔길 옆의 작은 개울에는 인기척에 놀란 개구리가 폴짝 뛰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올라간 절마당에는 아름드리 도토리 나무가 있고, 그 옆에는 10미터가 족히 될 것 같은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어 부처님이 성도하신 금강보좌가 이곳에서 다시 구현된 것 같았다.

북한산 형제봉에서 만들어낸 생명수는 자연암반 위에 새겨진 샘으로 맑게 흘러내리고 있고, 산더미처럼 우뚝 솟은 바위 위에는 갓피어난 연꽃 봉우리마냥 고운 탑을 살포시 얹어 놓았다. 다시 몇 계단을 올라가면 관음 보살을 쏙 빼닮은 관음바위가 있고, 마지막으로 좌선대의 넓은 바위 위에서는 확 트인 시야로 서울의 동쪽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침 기도를 마치고 법당문을 나서는 보살님께 심곡암의 어떤 점이 좋으신지 여쭈어보았다. “사계절 다 좋지요. 봄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해서 좋고, 여름에는 뜨거운 도심의 열기를 피해서 이곳에 오면 3~4도 이상 기온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원해서 내려가기가 싫고, 가을에는 노랗고 빨간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 아름다운 경치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겨울에 눈덮인 산사로 뽀드득 눈을 밟으며 올라오는 그 기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또 봄가을로 열리는 산사음악회에는 참석한 사람 모두가 부처님과 자연의 향기를 가슴 가득히 안고 내려오지요.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사계절 내내 어우러지는 자연 풍경과 함께 젊은 주지스님의 때묻지 않은 맑은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지요.”

도심 속에 이렇게 숨은 비경이 어디 또 있을까. 좁은 골짝에 비집고 선 작은 절이지만 맑은 물, 큰 바위, 거기에다 확 트인 전망까지, 도심에서 보기 힘든 자연 정경을 품안에 가득히 보듬고 있는 작으면서도 결코 작지않은 사찰이다.
심곡암은 복잡한 서울 도심한가운데 숨겨진 보물같은 곳, 아니 작지만 빛이 영롱한 보석같은 도량, 즉 작은 정토였다.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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