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파사나 수행법 놓고 공방 5년째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4.10.12 16:00
  • 댓글 0

조준호-김재성-임승택 등 소장학자 주축

“토론문화 부재 속 불교학계에 신선한 바람”

한국 위파사나 정체성에 직결…첨예 대립
수행 이해 폭 심화…지나친 자기주장 ‘옥의 티’


위파사나 수행법을 둘러싼 논쟁이 5년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준호, 김재성, 임승택 등 이른바 초기불교전공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된 ‘위파사나의 선정수행’에 대한 논쟁은 서로에 대한 공격과 방어, 다시 역공으로 이어지는 등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위파사나 수행이 어떤 단계에서 가능한가’에 대한 서로 엇갈린 주장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간화선측 비판 받다 논쟁 시작

동국대 강사 조준호 박사는 10월 9일 청호불교회관에서 진행된 불교학연구회 10월 월례발표회에서 “위파사나 수행은 제 4선 이후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고수해 다른 학자들의 또 다른 반론이 예상된다.
이처럼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위파사나 수행법에 대한 논쟁의 발단은 2000년 한국선학회에 발표된 조준호 박사의 ‘초기불교에 있어 지(止)·관(觀)의 문제’라는 논문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위파사나는 부처님 정통 수행법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 내에서 화두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행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는 초기경전을 잘못 이해하고 위파사나 수행법을 지나치게 대중화시키려한 일부 위파사나 수행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선정(止, 사마타)과 지혜(觀, 위파사나)는 동시에 행할 수 없는 선후 관계가 명확하며 4선정 이후에야 비로소 위파사나가 가능한 데도 동시에 가능하다거나 혹은 선정 없이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등 일부 위파사나 수행자들은 초기경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화두선 수행자들로부터 위파사나 수행법이 ‘소승불교의 수행법’이니 ‘하근기의 수행법’으로 비판받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런 조준호 박사의 비판에 충격을 받은 초기불교전공 소장학자들이 반격에 나서는 것은 불문가지.
경전연구소 김재성 소장은 2002년 3월 열린 불교학연구회 월례발표회에서 ‘순관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조준호 박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소장은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아라한(聖人) 중 선정을 닦지 않고 아라한에 이른 이도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청정도론』등 팔리경전 주석서에 나타난 선정의 준비과정 없이 바로 위파사나를 닦는 순관(純觀)의 개념을 도입했다.
김 소장은 논문에서 “팔리 주석문헌에는 아라한이 되는 두 부류 가운데 선정(사마타)을 통해 도달된 이와 선정을 닦지 않고 찰라정에 의지해 관행을 닦아 아라한이 된 순관행자도 있음이 언급돼 있다”며 “현재 한국에 알려져 있는 마하시 계통의 수행법도 『청정도론』 등 팔리주석 문헌을 근거로 하는 순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소장은 지혜(위파사나)는 선정을 닦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조준호 박사의 “사선(四禪)이후에나 위파사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김재성 씨의 회심의 반격을 받은 조준호 박사는 이날 논평에서 “지(支)·관(觀)으로 압축되는 불교 수행의 체계는 계(戒)의 완성이 곧 정(定)의 시작이며, 정(定)의 완성이 곧 혜(慧)의 시작이라는 엄격한 차제(次第)구조에 있다”며 “혜(慧)를 이루는 관(觀)에서 정(定)의 지(支)로 간다는 것은 마치 자식이 부모를 낳는다는 말”이라며 김 소장의 공격을 되받아 쳤다.
위파사나 수행법 논쟁 2차전은 또 다른 초기불교연구자인 임승택 박사에 의해 비롯됐다. 임승택 박사는 2002년 9월 열린 불교학연구회에서 ‘선정의 문제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김재성 소장과 조준호 박사를 한꺼번에 공격했다.

임 박사는 팔리어 경전인 니까야에 주목하면서 “위파사나 수행은 선정의 첫 번째 단계인 초선에서야 가능하며 가장 온전한 형태의 위파사나가 진행되는 경지는 ‘첫 번째 선정’의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파사나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A.D 5세기 이후에야 등장한 개념인 ‘찰나 삼매’의 이론을 빌려야 하는가”라며 김재성 소장을 비판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사선(四禪) 이후에는 지각과 느낌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파사나를 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박사는 김재성 소장과 조준호 박사의 논쟁 사이에서 양자를 모두 비판함으로써 논쟁의 범위를 확대 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날 논평에 나선 김재성 소장은 1편의 논문 분량에 달하는 논평문을 통해 임승택 박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에 임승택 박사는 다시 논평에 대한 반론을 제출하는 등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청중들을 긴장케 했다. 계속되는 논쟁을 거듭해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자 차기 학술세미나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약속하고 논쟁을 마무리했다.
2003년 4월 불교학연구회 월례발표회에서 임승택 박사와 김재성 소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수집과 논거로 재무장하고 다시 맞붙었다. 공격에 나선 임승택 박사는 ‘첫 번째 선정(初禪)의 의의와 위상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위파사나의 초선이 갖는 의미와 선정 없는 지혜는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김 소장은 “욕망, 악의와 성냄, 혼침과 졸음, 들뜸과 회한, 회의적 의심 등으로 대변되는 오개의 극복이 초선 이전에도 가능하다면, 초선 이전에 위파사나 수행의 완전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뜻하지 않은 김재성 소장과 임승택 박사의 논쟁으로 한발 물러나 있던 조준호 박사는 지난 3월 열린 불교학연구회에서 ‘초기불교중심교리와 선정 수행의 제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위파사나 수행법 논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조 박사는 거듭된 김재성 소장과 임승택 박사의 공격에 반격하면서 자신이 제기한 위파사나 수행의 문제점 지적에 대한 본의(本意)를 설명했다. 그는 위파사나 수행법이 소승 수행법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미얀마 등지를 내왕하면서 수입한 특정 부파의 위파사나를 초기불교의 위파사나인 양 소개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기불교 경전에 근거한 위파사나 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또 “김재성 소장과 임승택 박사의 주장 근거는 초기불교가 아닌 후대에 가미된 주석서 또는 경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초기불교의 수행법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나의 주제로 밀고 밀리는 논쟁을 5년 째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토론문화가 부재 돼 있는 불교학계에서 하나의 주제를 두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치열한 논쟁 계속 될 듯

불교학연구회 회장 이중표 교수는 “젊은 소장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논쟁을 펼치는 것은 토론문화가 없는 불교학계에 신선한 바람 몰이가 되고 있다”며 “그렇지만 논쟁에 참여하는 학자모두 지나치게 자기 주장만 고수해 오히려 건전한 토론 문화를 저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5년째 계속되고 있는 논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모처럼 펼쳐지고 있는 ‘불교학계 논쟁’에 교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