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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과 정확의 차이

기자명 법보신문
3배 4배 노력 기울일 때

자연스러운 멋 배어나와


중국에 와서 생활을 하다 보니 중국어는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주어에 따라 동사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어가 선생님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아니면 어린애가 되었든 동사 자체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또 프랑스어나 영어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관사나 복수 단수 변화가 없다. 문법도 다른 언어에 비해 간단한 편이다. 그렇지만 중국어에는 다른 언어에서 볼 수 없는 중국어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자 하나 하나마다 정해진 성조(聲調)이다. 마치 오선지에 그려진 음계 마냥 중국어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정해진 음의 높낮이와 악센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모국어가 한국어라는 사실이 오히려 중국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되었다. 한자를 보면 한국어를 통해 대강의 뜻을 알 수가 있다는 바로 그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미 한자의 뜻을 알고 또 어떻게 그 한자를 쓰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단어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대략 이렇게 발음하면 되겠지 하는 감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확한 성조로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오기도 하고 내가 말하려는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북경에 온지 1주일이 채 안되었을 때 북경에서 택시를 타고 청화대학 동문 앞으로 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15분 정도 뒤에 다 왔다고 하면서 내리라고 한 곳은 청화(칭후아)대학이 아닌 경무(징마우)대학 동문인 것이다. 대강 배워서 알고 있던 성조와 발음이 드디어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느낀 것은 대략 아는 것과 정확하게 하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어를 아예 몰랐으면 지도를 꺼내 내가 가려는 곳을 기사에게 확인해 줌으로써 원하는 곳에 갈 수가 있었을 텐데 어설픈 발음으로 감을 잡아서 대략 말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나는 학생들이 쓴 리포터 점수를 줄 때 A학점과 A-학점 사이에는 엄청난 노력의 차이가 있음을 느끼곤 했다. 무언가를 잘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완벽하게 하는 것은 3배, 4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완벽할 정도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오게 되는 것이고 정말로 자연스러워야 비로소 한 경계를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나의 중국어가 자연스러워 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적지를 향해서 지금은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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