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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⑮ - 끝

기자명 법보신문

『천수경』 연구는 내 삶이자 신앙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었다. 법보신문의 요청을 받아들여 『천수경』에 대한 해설을 연재한 것이 1991년, 내 나이 서른 둘의 일이었다. 다시 그것을 민족사에서 『천수경이야기』라는 이름의 책으로 펴낸 것이 1992년이었다. 저술로서는 내 처녀작이었다. 그리고서 꼭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말 속담에 “앗! 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라는 말이 있는데, 꼭 그와같다.

30대초 처음 해설서 펴내

혹시, 요즘 그 무렵의 세월을 살고 있는 제자가 있어서 경전을 강의한다고 나선다면 “좀 더 공부를 한 뒤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가끔 사석에서 이러한 나의 소회(所懷)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출발을 했으니까, 그 뒤의 공부가 진척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해주는 길벗이 있긴 하다.
이번에 꼭 13년이 지나서 법보신문으로부터 “수행자를 위한 경전으로서 『천수경』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1991년과 2004년의 사이, 그 세월 동안에 『천수경』과 관련하여 어떻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졌는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하여 나는 객관적 분석의 대상으로서 『천수경』만을 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서, 그것이 나의 삶과 신앙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열 네가지 테마의 『천수경』 이야기는 『천수경이야기』에서 못했던 이야기를 보충한다는 의미가 있다. 혹시 이 글이 어려웠다면 『천수경이야기』를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문적으로만 말하면 나 역시 해야 할 연구영역이 많이 있다. 따라서 얼른 이 『천수경』 연구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써두었던 논문들을 모아서 『천수경의 새로운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집을 출판하는 것으로 손을 털고 싶었다. 나도 좀 자유롭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면 갈수록 새로운 연구를 기다리고 있는 주제들이 자꾸만 나타나는 것 아닌가.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딸려오듯이 말이다. 그 중에 하나는 『천수경』을 해석한 주석서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천수경』에 대한 주석서는 일본의 옛 스님들에 의해 3종이 전하는데, 그 중에 2종은 아직 필사본 형태로 남아있다. 이는 아직 인쇄본 형태로 발표되지 못해왔기 때문에 널리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용곡대학 도서관 소장의 이 귀중본을 나는 복사할 수 있었다. 대출하여 복사를 가능케 한 용곡대 박사과정의 박소영 선생은 “꼭 번역해 주세요”라고 말하였으나,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보기에 할 일이 많은 이 『천수경』 연구를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매력있게 보이지 않아서일까. 요즘같이 모두가 자기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여 그 안에서 하나의 성(城)을 쌓고 있는 세태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천수경』은 너무나 다양한 밭(田) 위에 자기 집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기는 내가 『천수경』에 빠져있는 것이 굳이 학문적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더욱 더 신앙적이고 실존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학문적 연구 역시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내 학문의 가장 큰 성격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같다. 그리고 그런 식의 학문을 하는 후학의 출현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세월 갈수록 더 매력 느껴

확실히 내가 현시대에 맞지 않는 학문방식을 고집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다. 이제 13년만에 다시 쓴 『천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맺음할 시간이다. 그러면서 나는 관세음보살님께 조용히 발원의 말씀을 사뢰어 본다. “관세음보살님, 앞으로 다시 13년이 지나서 이 『법보신문』에 다시 한번 『천수경』이야기를,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때에는 더욱 살아있는 체험의 언어, 수행의 언어를 나누었으면 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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