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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윤회 논쟁 재점화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4.11.08 15:00
  • 댓글 0
김진교수 철학자대회서 양립모순 재차 제기

불교학계“서구적 자아관서 윤회 이해탓”비판


나(我)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는데(無我) 끊임없이 윤회한다면, 윤회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부처님이 무아와 윤회를 설한 이후 2500여 년 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윤회의 주체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점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30일 한남대에서 열린 제 17회 한국철학자대회에서 울산대 철학과 김진 교수는 ‘서구적 불교해석의 유용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불교의 핵심 사상인 무아와 윤회는 동시에 성립될 수 없는 모순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칸트의 요청이론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거듭 펼치면서 무아-윤회 논쟁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무아-윤회 논쟁은 지난 2000년 칸트철학을 전공한 김진 교수가 저술한 『칸트와 불교』에 대해 “기독교적 시각으로 불교의 자아관을 왜곡했다”는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의 비판에서 비롯됐다. 이후 두 교수는 「오늘의 동양사상」,「철학비평」등의 철학잡지와 「법보신문」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기고하면서 서로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을 거듭했다. 이처럼 무아-윤회에 대한 두 교수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자 「오늘의 동양사상」은 2003년 봄·여름호에서 고려대 조성택, 동국대 최인숙 교수와 동국대 김종욱 박사를 무아-윤회 논쟁에 참가시키면서 논쟁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이들 불교전공학자들은 “무아와 윤회가 모순된다는 것은 불교의 무아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조성택 교수), “이생에서 다음 생으로 윤회하는 데 있어 동일한 자아가 요구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오류”(최인숙 교수), “무아와 윤회가 모순 없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참된 자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칸트식 방법론을 가지고 불교를 해석하려는 것은 논리적 비약”(김종욱 박사)이라며 김진 교수의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무아-윤회 논쟁은 한자경 교수 승리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철학자대회에서 반격에 나선 김진 교수는 기존 주장을 다시 부각하면서 자신을 비판했던 이들 학자들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자신을 비판했던 불교전공 학자들에 대해 “비판자들의 해석과 주장이 지나칠 정도로 교조적”이라며 “이런 태도는 오히려 개방성과 포용성을 특징으로 하는 불교의 해석적 지평을 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불교의 무아설은 모든 가능한 주체의 설정을 거부하는 반면 윤회설은 수행 주체의 계속성, 연속성, 자기수행성, 자기동질성을 요구하고 있어 이 두 이론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무아와 윤회가 동시에 성립되기 위해서는 자기 동일성을 가진 주체의 요청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한 불교전공 학자들의 반론도 거셌다.

한자경 교수는 “무아윤회가 모순이라는 주장은 우리의 일상적 자아관에 따라 불교의 업보 내지 윤회를 이해하려하기 때문”이라며 “불교에서 윤회는 무아에 근거해 업과 연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대 철학과 안옥선 교수도 “자기동일성을 가진 주체의 요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국 윤회에 있어 실체적 자아를 상정해 놓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는 불교의 무아-윤회를 기독교적 세계관에 끼워 맞추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불교의 무아-윤회에 대한 해석방법을 지나치게 비판하기보다는 새로운 불교학의 접근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논평에 나선 동국대 김호성 교수는 “서양철학을 전공한 학자로서는 불교를 서양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칸트주의적 불교해석이 불교를 왜곡한다는 우려도 낳을 수 있지만 칸트를 읽은 사람들에게 불교의 무아윤회설에 대한 공부를 하도록 이끈 공덕은 왜곡의 우려보다는 크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불교학자들이 무아-윤회에 대한 새로운 주장에 대해 경전적 근거를 들며 대응함과 함께 철학적 관점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무아이면서 윤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전을 인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추론으로 설명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교학자들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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