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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은 길 잃은 현대인의 나침반”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오가해 강의하는 지관 스님

어떤 것에 집착해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망상을 쫓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 지혜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수행을 통해 비로소 완성.
탐심 버리고 바르게 사는 지혜를 배워야 금강경을 제대로 본 것.


“길 잃은 나그네에게 나침반이 필요하듯 끊임없는 경쟁과 물질 지상주의에 빠져 혼탁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금강경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사진설명>세납 70세의 지관 스님은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청하지 않으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원장 지관 스님. 스님은 지난 10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가산불교문화연구원 부설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에서 연구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금강경오가해’ 강의를 시작했다.

칠순을 훌쩍 념겼음에도 불구하고 스님이 다시 강단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오직 남을 이기기 위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금강(金剛)과 같이 견고한 지혜’를 설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강경의 핵심 사상은 공(空)입니다. 그렇다면 공이 무엇이냐, 일체의 대상에 대하여 상(相)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거든. 따라서 네 것이라고 할 것도 없고,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에 집착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망상을 쫓는 것은 허망한 것이에요.”

금강경에 담긴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스님은 정열적인 눈빛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의 기준이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판가름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마음에 달린 것입니다. 이 같이 평범한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혜는 어떻게 생기느냐, 자신의 내면을 관찰할 수 있는 수행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금강경의 주된 메시지인 것입니다.”

스님이 강조한데로 금강경은 분별심을 버리고 오직 반야라는 지혜를 갈구하면서 궁극적 깨달음에 이르도록 이끄는 경전이다. 특히 육조 혜능 스님은 5조 홍인 스님에게서 이 경전의 강의를 듣다가 ‘마땅히 머무는 바가 없이 그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 구절에서 크게 깨달았다하여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에서는 금강경을 예로부터 소의경전으로 채택해 수지 독송할 것을 강조해왔다. 이런 까닭에 수많은 역대 조사들이 금강경의 의미를 주석한 2000여 종류의 판본들이 전해져오고 있으며 오늘에 이르러 의사, 변호사, 과학자, NGO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통해 바라본 금강경을 새롭게 해석한 수많은 종류의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강경은 읽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강경은 철학자, 의사, 사회활동가들의 눈에 의해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강경의 읽는 가장 큰 목적은 물질에 집착하는 탐심을 버리고 보다 밝고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점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처럼 스님의 금강경에 대한 해박한 해석은 출가 후 50년 이상 교학 연구에만 전념해 온 것에서 기인한다. 15세 되던 해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의 율사로 추앙 받던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이후 57년 해인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하면서 교학 연구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스님은 당시 비구·대처간 갈등이 막 마무리될 즈음 해인사 주지를 맡은 영암 스님의 권유로 해인사 강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정화가 막 끝나다보니 강원에 후학을 지도할 사람이 없는 거야. 그렇다고 대처승들에게 비구들을 가르치라고 할 수는 없고 해서 주지 스님이 나보고 맡으라고 했지. 그래서 ‘스님, 그럼 강사 구할 때까지만 맡겠습니다’하고 시작했던 것이 11년이라.(하하)”

주지 스님의 권유로 강사직을 수락했지만 공부가 부족한 지관 스님으로서는 후학을 가르치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스님은 오직 후학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조바심에 밤을 새우기도 수 차례. 스님이 지금까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잠을 청하지 않는 것도 이 때 생긴 습관 때문이다. 스님은 또 후학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야한다는 일념으로 63년 마산대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으며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76년 마침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동국대 선학과 교수로 부임한 스님은 이 때부터 불교 교학의 발전과 종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준비했다. 스님이 우선 생각했던 것은 불교사전을 편찬하는 것. 당시 운허 스님이 61년 일본의 모범 불교사전을 번역하고 거기에 우리 불교의 중요 술어를 추가해 발간한 『불교사전』이 있었지만 불교종합사전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았다. 스님은 불교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불교전공자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술어를 정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불교종합사전이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믿었다. 또 7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 불교권 국가에서 불교연구의 근간이 되는 불교종합사전들을 속속 발간하는 것을 보고 스님은 이 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17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불교에 변변한 불교종합사전 하나가 없다는 것은 그 만큼 한국불교학이 뒤쳐지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됐습니다. 특히 일본-중국, 동남아 국가에서는 이미 불교종합사전이 속속 발간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운허 스님이 일본 사전을 번역해 놓은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불교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불교종합사전 발간에 착수했지요.”

82년 7월 스님은 이 같은 자신의 발원이 원만 성취될 수 있도록 경국사 극락보전에서 3000배 기도를 시작으로 편찬 작업에 착수했다. 스님은 우선 집필에 앞서 자료수집에 나섰고 이를 위해 동국대 불교대학장 집무실 한쪽 구석에 자료수집본부를 발족했다.

이후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스님은 사전 발간을 전담할 수 있는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1991년 6월 사단법인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고 이곳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을 시작했다.

동남아 및 구미 학계에서 발간된 사전들을 참고로 더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이 같은 스님의 노력으로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은 지난 98년 11월 비로소『불교대사림』1권을 발간했다. 스님이 불교종합사전을 발간하겠다는 발원을 세운지 근 20여년 만의 일이다. 이후 스님은 이듬해 2권, 3권을 연이어 출판했고 현재까지 6권을 발간했으며 올 연말까지 7권을 찍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스님은 『불교대사림』을 언제까지 몇 권으로 출판할 계획은 없다. 스님은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한 사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교종합사전을 완간하는 것이 이 생의 마지막 소임이기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지관 스님. 불교학 발전의 밑거름이 될 인재양성을 위해 70세의 몸을 단 한순간도 놓아두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스님의 모습 속에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이 배어 있는 듯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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