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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②

기자명 법보신문

至道는 어렵지 않으나 간택을 꺼릴 뿐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을 꺼릴 뿐이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좋고 싫음마저 없다면 완전하여 (모든 것이) 투명하다. (但莫憎愛 洞然明白)
털끝만큼이라도 차가 있다면 하늘과 땅만큼 사이가 벌어진다. (毫釐有差 天地懸隔)
지금 바로 체득하고 싶다면 순과 역을 두어서는 안된다. (欲得現前 莫存順逆)

‘지도(至道)’는 유가의 말이지만 깨달음으로서 사용된 것이다. 혜가스님이 보리달마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지도’이지만 그것은 구극의 실재(이입)와 규범(행입)의 양 뜻을 나타냈다. 『신심명』은, 지도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임제가 황벽의 불법이 ‘무다자(無多子. 복잡다단함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 또한 이것이다.

시비-분별 떠나면 ‘지극한 도’

도는 달리 있는 것이 아닌 도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다. ‘다만 간택을 꺼릴 뿐’이라는 간택은 분별, 차별, 시비이다. 인간은 분별로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좋고 싫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이다. 일상생활인 도는 “다만 증애가 없으면 통연하여 명백하다”라고 한 것이다. 통연은 장애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가만히 보면 장애천지다. 장애라고 하는 것은 ‘걸림(?)’이다. 이 장애는 어디에서 일어날까? 우리 자신의 사량(思量, 헤아림)에서다. 승찬스님은 명확히 불도의 지도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주종심(778∼897)스님은 스님의 주거처를 ‘지도암’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도무난’의 문구를 좋아했다. 『조주록』, 『벽암록』에 이에 대한 문답이 나온다.

어느 때,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스님, 지도무난 유혐간택 즉 무간택만 하라고 했습니다만, 이 세상은 모두 상대적이어서 남녀, 선악 등이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데 분별치 말라는 것은 대체 어떠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조주스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였다. 그 스님은 또한 “스님 역시 간택을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지요?”라고. 조주스님은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갈한다. “이놈, 어디에 간택이 있는가! 고얀놈같으니라고! 무엇이 간택인가!” 그 스님은 한마디도 못하고 물러나고 만다. 독존인 무아의 ‘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조주스님은 다른 장소에서 다음과 같이 보인다. “지도무난 유혐간택. 이것은 간택, 이것은 명백이라고 조금이라도 말을 붙인다. 노승은 명백, 그 속에도 있지 않다. 그대가 도리어 (명백에) 잡혀있지는 않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그것이 바로 간택에서 나온 망상이야.”라고 하였다. 승찬스님의 ‘통연하여 명백하다’는 것에 대해 조주스님은 ‘명백 그 속에도 있지 않다’라고 했다. 조주스님의 말대로라면 지도는 그대로 간택이고 간택하는 것이 바로 지도라는 것이 된다. 증애는 그대로 명백, 명백이 바로 증애인 것이 무난인 지도이다. 대승선을 통연히 보이는 선문답이다.

조주록 등 선문답에도 등장

‘지도는 어렵지 않는 것, 다만 자아의 분별, 취사(取捨)를 꺼릴 뿐이다. 분별, 증애조차 없으면 (지도는)확연히 명백하다.’ 분별이 사라지고 증애를 품지 않는다면 본래의 ‘명백’(자성청정심)이 저절로(자연히) 나타나겠지만, 털끝만큼의 차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만큼 아득히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를 바로 지금 체득하고 싶다면 분별을 일으켜, ‘순리’라던가 ‘어긋남’이라던가에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순리 거역, 옳고 그름, 선과 악 등의 상대의 두 견해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비로소 지도라는 것이다.

지도 즉 ‘본래면목’이 현전한다는 것은 자아가 ‘공’하여 무아(無我)의 아가 실현할 때이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자아 앞(前)에 지도가 나타난다(現)라고 하면 크게 잘못된 이해다. 말하자면 자아와 지도를 둘로 보는데서 오는 착각이다. 무난의 지도, 하늘과 땅 그대로가 청정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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