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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⑤

기자명 법보신문

둘로 인해 하나 있지만 하나도 고수 않는다

두 견해에 집착해서도 안되며 추구해서도 안된다.(二見不住 愼莫追尋)
조금이라도 시비가 나타나면 어지러이 본심을 잃게 된다.(才見是非 紛然失心)

두 견해는 간택, 증애, 순역, 위순, 등의 이원적인 분별이다. 이러한 견해의 집착은 ‘양변에 걸리는 것’이 된다. 또한 분별의 견해로 추구해서는 더욱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적인 판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본심 즉 ‘신심’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동산록』에 이런 일화가 있다. 동산스님이 행각하고 있을 때, 관리 한사람을 만났다. 그는 지식인이면서 불자였다. 스님에게 “제자는 3조선사의 『신심명』의 주석을 쓰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신심명』에는 ‘조금이라도 시비가 있으면 어지러이 본심을 잃는다’고 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주석한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한다. 주석은 그 자체가 분별에서 일어난다. 무분별에서 분별로 그것이 쓰여질까. 화두를 설명하자면 바로 화두가 아닌 것이다. 설명이 분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선문답은 설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관과 직절(直截)로서 줄탁동시의 문답이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소식을 『신심명』에서는 ‘이견부주 신막추심’이라고 했다.

둘은 하나로 인해 있지만 하나조차도 고수하지 않는다.(二由一有 一亦莫守)
(분별의)한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만법은 (어떠한)허물도 없다.(一心不生 萬法無咎)

두 견해를 이번에는 ‘이(二)’라고 한다. 주·객, 자·타, 유·무 등의 상대인 분별은 절대인 근본(一)에 의해 존재하지만 절대 역시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천적으로 보면 ‘지도무난’이 신심명의 골자이지만 사상적으로 보면 ‘이유일유’가 그 중심이다.

상대적인 존재는 ‘하나’라고 하는 바닥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다. 하나가 없으면 둘이 나올 수 없다. 하나 즉 지도이다. 그러나 하나에 집착하게 되면 일(一)과 다(多)의 대립을 낳고 하나의 생명을 잃게 된다. 그래서 ‘일역막수’라고 한 것이다. 어느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느 곳으로 돌아갑니까?”라고 물었을 때, 스님은 “이곳 청주에서 가사 한 벌 짓는데 무게가 일곱 근이라지?”라고 하였다. 고정적인 의식을 타파하는 질책이다. 중국 홍주의 선신스님은 조주스님에게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어떡합니까?” 스님은 “방하착(내려놓아라)”이라고 했다. 화상은 “어떤 것도 없는데 무엇을 버리라는 것입니까?” 스님은 “그렇다면 없다는 물건을 지고 가시게.”라고 하였다. ‘일역막수’의 행을 보인다. 하나도 지키지 않는 ‘일심불생’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은 불생 그대로인 만법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 분별의 일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즉 ‘심불기(心不起,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면 ‘지도’를 본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이며 무념이며 무심이다. 일심이 일어나는 것은 자아의 분별이지만 일심이 일어나지 않을 때 만법 즉 모든 존재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 무구는 주역의 말이지만 여기서는 절대긍정의 ‘사사무애법계’의 진여실상의 세계가 나타나는 것, 일심불생인 진인이 진여를 보는 세계이다.

허물이 없으면 법도 없고 (한마음이)생기지 않으면 (마음도)마음이 아니다.(無咎無法 不生不心)
주관은 객관에 따라 사라지고 객관은 주관에 따라 가라앉는다. (能隨境滅 境逐能沈)

허물 즉 상대적 이원적인 분별이 사라지면 법 즉 만물 대상이 없는 것이다. 분별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능은 주관으로서 일심을 말하며 경은 객관으로서 경계이다. 주·객은 상호성 관계성을 가진다. 진여의 세계는 무법, 무심이며 이러한 세계는 능이 없어지면 경도 없어진 세계며 경이 없어지면 능 즉 심도 없어진 것이다. 지도의 세계를 『신심명』에서는 능과 경, 불이라고 하였으며 이는 ‘무상(無相) 즉 묘유(妙有)’의 우주를 표명한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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