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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초대

기자명 법보신문
계절의 변화에 고개돌린 당신

혹시 자연의 초대를 거절한건 아닌지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겨울의 한가운데로 와 있다. 지난주에는 벌써 첫눈을 맞이했으니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하얀 세상이 온통 내려앉게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통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한껏 가을을 수놓고 있었다. 참 야속도 하지, 봄꽃들이 그러했듯이 가을 단풍 또한 한창 피어오른다 싶으면 그냥 바로 아쉬움을 남기고 잎을 떨군다. 지금은 도량 주위가 온통 낙엽밭이다.

겨울철에 수북이 쌓인 눈을 밟을 때 발이 쑥 들어가는 것처럼, 지금 산을 오르면 수북이 쌓인 낙엽들로 발길이 푹 푹 빠지곤 한다. 이맘때쯤 숲의 아름다움은 이런 낙엽에 있지 않은가 싶다.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그 길 없는 산길을 걷는 느낌. 그 바스락 거리는 산길을 온 몸으로 느껴보는 그 느낌. 그리고 또 하나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또 푸른 가을 하늘. 그 시퍼런 하늘의 기상과 기운 그건 가을이 주는 더없는 축복이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온통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얀 동화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봄꽃들이 만발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계절이란 언제나 우리를 행복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지극히 마음이 맑은 그래서 저 계절의 변화를 마음속에 담아 낼 수 있을 만큼 텅 빈 가슴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몇몇 사람만이 그 초대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 어디만큼 와 있는지 느끼지 못한다. 계절의 변화에 메말라 있고 무감하다. 그건 분명 우리들에게 주어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화로의 초대인데, 우린 그것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에 돈이나, 명예, 권력, 아니면 복권이나 경마… 이런 것들,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던 이런 곳으로 불청객처럼 애써 찾아가고 그곳에서 고통받고 아파하곤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초대하지도 않은 곳에 애써 찾아가 스스로 고통과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가.

행복은 어디에서 애써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충분하게 구족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물이 흐르고, 산이 푸르고, 계절이 변화하는 이 대자연의 변화, 이 신비로운 계절의 변화는 항상 우리를 행복으로 초대하고 있다. 왜 자꾸만 그 초대를 외면하며 다른 것을 찾아 헤매는가. 대자연이야말로 모든 명상과 치유의 품속이며, 모든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거기서부터 움튼다.

그러면 어떻게 그 대자연이 주는 초대에 응할 수 있는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이 꽉 차 있으면 대자연의 초대를 받을 수 없고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초대되지 않은 모든 것들로부터 마음을 허공같이 비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집착을 버리고, 번뇌를 쓸어내리고, 욕심을 놓아버릴 때, 그 텅 빈 우리 마음은 대자연을 닮아간다. 대자연의 평화와 고요함을 그리고 그 호흡을 닮는다.

그랬을 때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삶은 하루 하루가, 아니 매 순간 순간이 새롭고 경이롭다. 대자연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준비로써 우리를 초대하고 있으니까.

나는 어떠한가. 계절의 초대를 받았는가. 그 평화로운 초대를 거절하지는 않았는가.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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