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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불교는 철학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4.12.15 10:00
  • 댓글 0

실천-깨달음 역점 두는 가르침

해탈은 개인적인 일이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처럼 해탈은 각자 스스로 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해탈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가르침은 본래 이론이나 철학으로 취급되는 것을 고려치 않은 것이었다. 붓다는 늘 자신의 가르침이 체험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학, 즉 사변적 이론은 영적인 완성과 직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속박하고 영적 진전을 저해하는 족쇄에 가깝다. 여러 철학자들과는 달리 붓다는 현상을 관찰하고 각 개인이 경험할 수 없는 것에 의존하지 말 것이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가르쳤다.

이론은 지성에 의지해 나온다. 붓다는 인간의 지성이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자신의 깨달음은 단순한 지성의 산물이 아님을 강조했다. 지적인 과정을 걷는 것이 해탈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런 붓다의 주장은 얼핏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고, 따라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면도 없지 않지만, 진실한 것이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식인들은 연구와 비판적 분석,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위대한 사상가, 철학가라고 하더라도 지성적 바보가 될 수 있다. 재빠른 아이디어,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은 지적 능력가가 갖춰야할 요소일 수 있다. 그러나 붓다에 따르면 자기 행동이나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무슨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기가 갈망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면, 설사 지식이 풍성하더라도 지혜가 없는 지성적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영적 진보를 스스로 가로막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붓다의 가르침은 이론이나 철학에 한정되지 않는 실질적인 지혜의 보고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주로 지식을 다룰 뿐이고, 지식은 매일 매일 생활을 변화시키는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불교는 실천과 깨달음에 역점을 두는 가르침이다. 철학자들도 인생을 연구하고 공부하지만 붓다처럼 인생을 통해 발생하는 여러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철학은 지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고, 마음공부의 방해요인인 우상에 대한 확신을 경감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유용하며 또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영적인 갈증을 충족시키거나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철학은 진리를 알아가는 것이지만 불교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지혜를 체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곧잘 불교를 종교라기보다 철학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은 불교가 철학적 측면에서도 더 없이 훌륭한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는 철학이 아니라고 애써 우길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붓다가 가르침을 설한 목적이 철학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체중생이 바르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는 데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깨달음은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이며 불교적 삶의 지향점이다. 깨달음은 결코 지적인 행위가 아니다. 형이상학적 추론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밀접하게 제대로 알고 가치 있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붓다가 개인의 체험을 강조한 이유이다. 선정이나 명상은 개인적 체험과 통찰력을 통해 오는 진리를 입증하는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이다. 이것을 통해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초월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것이 의식의 깨어남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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