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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습

기자명 법보신문
스스로를 열등시하는 게
성불의 가장 큰 장애요소

알을 깨는 아픔 겪어야
하늘을 나는 즐거움 있어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먹이는 모습이라든가 농부의 땀 흘리는 모습을 말하고는 한다. 사심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일 듯싶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남에게 보이고자 하지 않는데 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기에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건 아니건 잘생겼던 그렇지 않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에게 우리는 아낌없는 찬사와 갈채를 보낸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에 발 딛고 사는 이상 누구에게나 각자 역할이 있다. 부모님께는 딸이지만 자신의 딸에게 그는 어머니이다. 그는 상사에게 부하직원일 수 있으며, 부하직원에게는 그는 상사가 될 수도 있다.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는 다정다감한 사람일 수 있지만 사이가 안 좋은 누군가에게는 그는 몹쓸 사람일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수많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때는 주변이 행복해지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할 때는 나와 남이 불행해진다.

제자들이 열반을 앞둔 한 노스님에게 마지막 남기실 말씀을 여쭈었다. 스님은 “사바세계를 무대로 한바탕 멋지게 살아라”란 말씀을 남기셨다.

지금 우리는 자기 자신을 비춰볼 때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소화해 내고 있는가? 여기에서 행복과 불행은 두 길로 나뉜다.

요즘 마곡사 수련회에서는 짧은 연기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표현하는 연기다. 우리가 중생인 이상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희로애락의 곡선 속에서 살아간다. 수련생들에게 이러한 감정을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해보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멋지게 웃고, 눈에서 불꽃이 튀길 정도로 화를 내보며, 눈물이 철철 흐르도록 슬퍼해보고, 덩실덩실 춤이 날 정도로 즐거워해보라고 주문한다. 마치 최고의 연기자가 되어 본인 스스로 100점을 줄 수 있을 때까지 해 볼 것을 강조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수련생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이 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직접 해보라. 그리고 그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라. 그 안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행복의 열쇠가 있다.

가까이에서 잘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더 잘 보이는 것도 있다. 숲 속에 들어가면 나무나 바위, 풀 등을 세세히 볼 수 있지만 산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보려면 나와야 한다. 우리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 희로애락의 감정 속에 묻혀 지내다보면 정작 우리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십상이다.

변화란 쉽지 않다. 때로는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동반하기도 한다. 헤르만 헤세도 “새가 알에서 깨어나는 아픔을 겪지 않으면 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흔히 불가능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해내는 사람을 위대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다. ‘저 사람은 타고 났어’ ‘내가 어떻게 그것을…’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거야’ 등등

‘나’라는 지금의 틀을 깨보자. 그 틀을 깨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틀에 갇혀 사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가 나 자신을 중생이라 하면 나는 중생이고 부처라 하면 부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가 스님
마곡사 포교국장·중앙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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