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심명』 ⑦

기자명 법보신문

작은 견해에 집착하면 대도를 잃는다

대도는 체가 넓어서 쉽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것이 없다.(大道體寬 無易無難)
소견은 여우처럼 의심이 일어나 급하게 서두르면 더욱 늦어진다.(小見狐疑 轉急轉遲)

<사진설명>장승업의 송하노송도(19세기)

대도는 그 자체가 넓어 쉽게 가거나 어렵게 간다는 구별이 없는데, 다만 자아의 소견이 생겨나 급하게 서두르면 서둘수록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늦어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당대 방거사는 어느 날 토굴에서 좌선하고 있는 도중,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어렵고 어렵고 정말 어렵구나, 열섬의 깨가 나무 끝에서 격류하고 있구나.” 이번에는 방거사 부인이 “쉽구나 쉽구나 정말 쉽구나, 침상에서 내려와 땅을 밟는 것처럼.” 이를 듣고 딸, 영조가 말했다.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백가지 초목의 맨 끝머리, 조사의 뜻이다.” 대도는 ‘체관’이고 지도는 ‘무난’이다. 어려운 것은 다만 자아의 소견이다. 소견에서 ‘호의’가 생기고, 도를 구하고자 하면 도는 더욱 멀리 가버려 도착이 늦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호의는 『수능엄경』에 의하면 여우는 용심이 깊어 언 강물을 건널 때, 얼음 아래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얼음의 두께를 알고 건넌다고 해서 분별이 소심한 자를 뜻할 때 사용한다. 대도는 그 체가 관대해서 쉽게 가든 어렵게 가든 상관도 없고 관심이 없는 것. 다만 가는 자의 소견에 따라 더디고 늦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지도무난 유혐간택’의 선의 논리에서 이번에는 선의 심리를 말한다.

그것(소견)에 집착하면 대도의 (척)도는 잃게 되어 반드시 삿된 길로 들어서며(執之失度 必入邪路)
그것을 놓아버리면 자연스러워져 도 자체에 감도 머무름도 없게 된다.(放之自然 體無去住)

즉 집착을 그만두면 자연 그대로이므로 어떤 것에도 구애됨이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연은 중국사상에서 말하는 자연과는 다르다. ‘스스로 그런 것(자연)’이기 위해서는 ‘자아의 절대 부정’ 즉 ‘공(무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소견은 대도에 대한 말이다. 그래서 집지이면 소견이고 방지이면 대도이다. 대도는 본래면목이며 자연이다. 그래서 일본의 친란선사는 ‘아미타불은 자연의 모습을 알게 하는 또 하나의 모습’이라고 했다. 일체법은 자연인데 소견의 중생이 분별을 일으키어 스스로 혼침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한 것이다.

자성에 맡겨 도와 일치하면 소요하여 번뇌가 끊어지지만(任性合道 逍遙絶惱)
생각에 얽매이면 진리에 어긋나 혼침해서 좋지 않다.(繫念乖眞 昏沈不好)

앞에서는 자연스러워 체에는 감도 머무름도 없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본성에 맡겨져 대도와 합쳐져 소요로서 일체 번뇌가 사라진다고 한다. 여서서 합은 개함(蓋合)이다. 상자의 뚜껑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딱 맞는 것을 의미한다. 방지한 자연의 현상이 임성합도이다. 또한 곽암의 십우도에 ‘기우귀가(騎牛歸家)’하여 ‘망우존인(忘牛存人)’을 뜻하는 듯 하다. 귀가는 현실의 자아가 본래의 자아를 찾은 것, 무심의 목동이 무심의 소에 올라타 사람과 소가 일여하여 무사한인(無事閑人)의 자연인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당대 천황도오 스님은 ‘성(性)에 맡겨 소요(무심의 작용)하고 연(緣)에 따라 방광한다.’고 했다.

자신의 본성에 맡겨져 본래 자기대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어느 선학자는 이 대목을 ‘선의 심리와 윤리’라고 하였다. 생각이 어느 대상에 매이면 말하자면 선정에 집착하게 되면 도리어 진리와 등지게 된다는 것이다. ‘본성(불성 즉 자성청정)에 맡겨 대도와 일치’되었을 때, 유마의 ‘유희삼매’의 경계에 있음을 말한다. 거기에는 혼침이 있을 수 없으면 바로 평화롭고 편안한 ‘소요’하고 있는 ‘한인(閑人)’이 존재하고 있을 따름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