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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큰스님, 항복합니다”

기자명 김민경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크신 원력 수미산을 넘어] 간행위 펴냄

각계 129명 “내가 본 스님” 증언

드라마틱한 일생 ‘감동 그 자체’

지계행 철저…‘석주 청규’ 일화도




칠보사 조실 석주 스님의 일생을 담은 문집이 나왔다. 스님의 94세 생신에 맞춰 후학들이 2년여간 준비한 끝에 세상에 내놓았다. 석주 스님은 세속 나이 70세에 이를 때까지 당신의 생일상을 받지 않았다. 가까운 권속들이 몰래 생일상이라도 차릴까봐 한 해에 꼭 한번씩 시자들 몰래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다는 이야기가 불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스님이 팔순을 넘기고서는 주위의 강권도 있고하여 스님 온양에 세운 양로원에서 동네 노인잔치를 겸하여 마지못해 생일상을 받으신단다. 본의 아니게 지난 수십년동안 ‘불효’를 행한 상좌 스님들이 이번에는 아예 맘 먹고 일을 저질렀다. 문집 발간 계획을 전해 들은 스님이 “일생을 상을 안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너희가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셈이냐”고 크게 호통쳤다는 후문도 있으나 불자들로서는 이번 불효가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르겠다.

문집은 총 129명의, 각계에서 활동하는 스님과 재가신도가 ‘내가 기억하는 석주스님’ 혹은 ‘석주 스님과 나’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1909년 안동에서 태어나 열 다섯 어린 나이에 불문에 든 이후 80년 동안 출가사문의 본분을 지켜 온 스님의 모든 면면이 이들의 증언을 빌려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 멀리는 1940년대부터 가까이는 바로 올해까지 일어난 수많은 일화와 값진 이야기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앞장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뒷장의 내용이 궁금해질 만큼, 근현대 한국 불교의 갖가지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바로 어제의 일인듯 손에 잡힐듯이 수록돼 있어 읽는 즐거움이 꽤 크다.

단 한사람의 삶을 반추하는 문집이 이처럼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은 스님의 지난 삶이 크만큼 의미 깊고 또 큰 감화를 던져주었다는 반증이겠다. 스님은 잘 알려진대로 출가 후 대부분의 시간을 문서포교와 어린이포교, 종단 안정, 역경사업, 도제 양성을 위해 헌신했다. 그중 단 한가지라도 남의 일 보듯 지나친 이(머리를 깎았건, 못 깎았건)가 허다한 가운데 유독 스님만은 대중의 일과 자신의 삶을 유리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고생을 사서하는’ 형국으로 불교집안의 갖은 난제를 푸는데 두 팔을 걷어 부쳤으며 결코 피해 가는 법이 없었다.

또 거의 평생을 도심에 살았지만 ‘석주 청규’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청정한 계행을 끝끝내 지켜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를 반성하게 한다. 90 노구에도 남은 목욕물로 당신의 속옷을 애벌빨래 해놓는 스님, 어린아이에게도 하심하며 알고도 모르는 척 속아넘어간 이야기, 보살들의 분 냄새가 싫어 일부러 방에 불을 때지 않았다는 일화 등등 어느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문집 안에 가득하다. 경봉 스님, 자운 스님, 고암 스님, 탄허 스님, 효봉 스님 등 근현대 한국불교를 일으키고 이끌었던 여러 큰 스님들의 잘 안 알려진 일상사가 여기 저기 보석처럼 박혀 있어 그 또한 큰 의미를 갖는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님의 지난 삶을 회상하느라 시작된 글들이 종내에는 스님에 대한 참회의 글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글을 쓴 이들이 스님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현재 모습, 불자로서의 자세를 점검하는 것이다. 스님의 세수 94세를 축하하는 한편으로 문집의 간행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는 오는 4월 14일 온양 보문사 대웅전에서 열린다. 02)732-1424

(석주큰스님문집간행위원회, 25000원)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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