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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중국

기자명 법보신문
네온사인 번쩍이는 천안문에는

뿌리잘린 巨木이 표류하고 있다


중국은 도대체 한국에게 어떤 존재인가? 특히 21세기에 들면서 이 질문의 무게가 갈수록 더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각종 서적과 대중 매체들이 중국의 향후 미래를 여러 각도에서 점치고 있고 그런 각종 예측과 함께 언제부터인가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땅을 밟는 한국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중국 위기론을 내세워 앞으로 중국의 기술과 한국 기술의 차이가 10년 아니 5년 안에 따라 잡힐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다른 어떤 이는 상해나 북경의 생활비가 한국 웬만한 도시 생활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에 왔다면서 이런 위기감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런 상황이 ‘기회’라며 자녀들의 조기 유학을 중국으로 보내기도 하고, 중국에 아예 공장을 세우거나 혹은 땅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부동산 같은 것을 사놓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중국 안에서 본 모습은 중국 밖에서 들었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년에 경제 성장률이 9%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에 동반한 각종 문제들이 무수히 산적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대도시 중산층과 농민간의 소득 격차가 7∼8배가 넘는 엄청난 수준이고, 청년 실업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대단히 심각한 상태이며, 환경오염 또한 갈수록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방 관료들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부패 수준도 도를 넘은 상태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살인을 하고도 연줄과 배경과 돈으로 큰 처벌을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문제 외에도 내가 바라본 중국은 더 심각한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바로 전통적인 가치관 상실에서 오는 중국인들의 정신적 공허감이다. 60년대 중반부터 10년여간 진행된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의 여파로 몇 천년간 내려온 중국 전통 사상, 종교, 윤리, 가치관, 각종 제도들이 거의 다 소멸되어 버렸다. 대신 그 빈 공간을 공산주의 사상이 한 동안 점령하고 있었는데 구소련 붕괴와 시장 경제를 받아 드리기 시작하면서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념도 다시 한번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중국인들은 뿌리가 잘려나간 거대한 나무가 바다 한 가운데 방향을 잃고 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 중국인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목표도 아니 그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도 없어 보인다. 그저 믿을 것은 돈 버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윤리도 도덕도 모두 상실된 상태에서 법의 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갈까 고민하며 자신의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시민의식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개념도 없어 보인다. 온 나라가 눈에 보이는 번쩍거리는 고층 건물 세우는 것에만 열중할 뿐 공허해질 대로 공허해진 자신들의 마음속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천안문 앞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다. 중국인들은 이 곳을 중국의 심장이라 한다. 그런데 이 광장을 지나갈 때 마다 나는 텅 빈 중국인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린다.

혜민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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