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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⑫ - 한 찰나의 생각이 곧 만년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진여의 세계에는 너도 없고 나도 없다.(眞如法界 無他無自)
딱 맞게 상응하고 싶다면 다만 불이라고 할 뿐.(要急相應 唯言不二)

진리와 하나가 된 마음, 대도를 체득한 마음에는 자타의 구별이 없고 일심과 만법이 일체가 된 세계이다. 진여법계는 ‘분별대립이 없는’ 세계, 즉 일심의 총칭이다. 따라서 나다 너다 하는 자아의 분별의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립이 끊어진 ‘진여’인 공의 경지를 아주 적절히 상응되는 말이라면 ‘불이(상대, 이원이 아닌 것)’라고 말할 뿐이라는 것이다. 불이의 법문은 유마경의 핵심내용이다. 좬조당집』의 「투자(投子)장」에, “묻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딱 맞게 상응하고 싶다면 다만 불이라 할뿐>이라고 했는데, 미심쩍습니다. 화상께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스승은 말씀하길, ‘그대, 나에게 물으면 내가 답해 주겠네’ 라고. 스님은 묻기를, ‘어째서인지 말해 주시오’ 화상은 말씀하기를, ‘다만 불이(不二)라고 말 할 뿐’이라고 하였다.” ‘유혐간택’ ‘일역막수’ ‘만법제관’ ‘만법일여’ 등이 모두 불이를 의미한다. 만법이 일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진실심에 상응하고 그 마음을 체득하려고 하면, 그 방법은 다만 하나일 뿐, 그것은 만법이 일심과 불이임을 ‘직관’하는 것이다. ‘요급상응’의 ‘급’은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면서도 불이, 불이이면서도 둘이라고 하는 사실의 경험을 가장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급’이다.

불이가 되면 전부 같아 포용하지 않음이 없어,(不二皆同 無不包容)
시방의 지혜로운 자들이 모두 이 종으로 들어온다.(十方智者 皆入此宗)

진리인 대도와 일체(一體)불이가 되면 자타는 평등하며 만물은 하나의 불신이 되어 달리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이는 동일로서 그 안에 포용되지 않는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여법계이고 지도이다. 종이라는 것은 ‘흘러 내리는 바 원천(근원)’이며, ‘백가지 강, 바다로’가 그것이다. 우두의 좬심명』에도 ‘삼세의 제불, 모두 이 종에 의지하다’라고 하여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자타의 불이의 세계, 진여의 법계는 제불이 상주하는 곳이며 이를 종으로 삼은 자가 지혜로운 이라는 것이다.

이 종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한 생각이 만년이다.(宗非促延 一念萬年)
있는 곳이나 있지 않는 곳이 없이 시방이 (바로)눈앞에 있다.(無在不在 十方目前)

종은 ‘지도(至道)의 근본’이다. ‘종비촉연’의 종(참된 실재)은 ‘시간의 장단에 관계없음’을 말한다. 좬유마경』 「부사의품」에 “사리불이여, 세상에 오래 살기를 즐기는 제도해야 할 자가 있다면 보살은 칠일을 늘려 일겁이라 하고, 그 중생에게 이를 일겁이라고 한다. 혹은 세상에 오래 살기를 즐기지 않는 제도해야 할 자가 있다면 보살은 일겁을 줄여 칠일로 하고 그 중생에게 이를 칠일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일념만년’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좬벽암록』에 ‘만년일념 일념만년’이 있다. ‘일념’은 범어에서는 ‘한 순간’이지만 한어에서는 ‘한 찰나의 마음’을 뜻한다. 진여 즉 ‘참된 실재’의 세계에는 ‘시간의 장단’은 없다. ‘한 찰라가 영원’임을 ‘일념만년’이라 했다. 좬무문관』 도솔삼관의 노래에 “일념으로 영원을 두루 보면 영원 즉 지금, 지금 이 일념을 간파하면 지금 보고 있는 그 사람을 간파하는 것” ‘진인’이 자각되는 지금이다. 진여는 바로 진인이다. 종은 바로 ‘본래 자기’이다. 재·부재는 유·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아의 분별의 세계에는 유·무가 있지만 무아의 무분별의 세계에는 ‘재도 부재도 없는 것’이다. 종은 시간(촉연)과 공간(재부재)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에 ‘일념 즉 일겁’이고 목전에 ‘한없는 세계’를 보는 것이다. 어느 선사는, 공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의 물음에 상대의 코를 확 잡았다고 하지 않는가. 선은 진인 즉 본심만을 ‘직지’하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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