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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

기자명 법보신문

佛法으로 스리랑카 마을공동체 재건

1만5천개 마을에서 자립운동 전개
우주적 깨달음과 공동체적 삶 추구


<사진설명>아리야라트네 박사가 지난 해일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수재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고 있다.

1505년부터 1948년까지 무려 450년에 가까운 세월을 포르투칼과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를 차례로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신자인 나라 스리랑카.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 선교사들의 대거 유입, 그들의 불교 비판, 서구 지식인들의 사회개조론이 범람하는 등 서구 열강으로부터 물질적·사상적·종교적 개조를 강요받으면서도 스리랑카인들이 어떻게 불교신앙을 지킬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어린이 일요불교학교’(Sunday School)나 1950년대 이후 전개된 스리랑카 전통주의와 신전통주의 운동, 불교신앙과 수행의 가치를 일반인들에게까지 펼친 ‘위파사나 선 수행 대중화 운동’ 등 지식인층의 불교의 기반을 둔 계몽운동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이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개인적인 차원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상좌부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에 기반을 둔 전통 윤리들을 촌락이라는 농경 공동체 사회 차원에서 공동체적 윤리로 재해석해낸 운동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조선시대의 향약이나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들과 사르보다야 운동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권력이나 정치적인 헤게모니와는 거리를 두고 철저하게 생활공동체에 뿌리를 둔 민중계몽운동으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사르보다야 운동의 역사=1958년 나란다 대학의 과학 교수 아리야라트네와 그의 제자들은 스리랑카 중북부 카나토루와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활동 캠프를 설치했다.

그들은 11일동안 머물면서 건물에 칠을 하고, 화장실을 만들며, 정원에 나무를 심고, 마을 사람들에게 건강 관리 등과 같은 주제를 가르치는 활동을 펼쳤다.

이 캠프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은 봉사단을 결성해 매주 일요일마다 인근 빈민 지역으로 찾아다니며 조직적인 봉사활동하기 시작했고, 이 운동은 나란다 대학의 범위를 넘어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참가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활동적인 불교 사회해방운동기구의 하나로 꼽히는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의 시작이었다.

<사진설명>사르보다야 자원봉사자와 수재민 어린이들.

이들은 1961년 아누라다푸라에서 슈라마다나 캠프를 열고 운동의 이름을 ‘사르보다야’로 하기로 결정했으며, “불교적 가치와 불교 원리에 따라 스리랑카의 정신적·경제적 재건을 위한 봉사를 운동의 목적으로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1967년부터 100개 촌락의 계몽운동을 시작한 사르보다야 운동은 1971년 400개의 촌락으로 확대됐으며, 10년뒤에는 2000개의 촌락으로 확산됐다.

사르보다야는 1970년대부터 외국의 후원자를 모집하였다. 대표적인 지원 단체로는 NOVIB(네델란드), FNS(독일), NOR AD(노르웨이), 헬베타스(스위스)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참여불교 재가연대가 후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후원단체들의 지원으로 사르보다야는 직업훈련학교, 공동농장, 유치원, 슈라마다나 캠프 등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운동은 1985년 8000여곳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1만 5천여개의 마을로 확대됐다.

◆사르보다야의 사상적 배경=사르보다야라는 것은 ‘모든 이들이 깨닫다, 각성하다’(Awakening of All)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 어이며 쉬라마다나는 보시의 의미이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간디의 사르보다야 사상과 스리랑카 불교부흥의 아버지인 아니가리카 다르마팔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간디는 새로운 사회·경제·종교 질서의 중심으로서 촌락을 강조했고, 산업화와 물질주의·부의 추구를 반대했다. 이러한 간디의 자급자족적 공동체 사상은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싱할라의 정체성 발견과 근대 상황에의 대응이라는 이중적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스리랑카인들이 담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다르마팔라의 사상을 흡수했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간디와 다르마팔라의 영향을 받아 불교의 수행과 목적을 재해석했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세계에 봉사하는 것이 수행이 되었으며, 그 목적은 불교의 이상을 구체화하고 두가지 해방과정을 쉽게 이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구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르보다야 운동의 전개=사르보다야 운동은 초창기에 정부와의 충돌, 해외 후원단체들의 간섭 등으로 나름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르보다야 운동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고 아리야라트네 박사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스리랑카 정부는 이 운동에 일정한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불교인들이 아리야라트네 박사를 불교적 가치와 이념의 대변자로 깊이 존경하였고, 이 운동의 규모와 영향력이 정부와 견줄 정도가 되자 스리랑카 정부는 사르보다야 운동본부의 1억 루피 상당의 자산에 대해 문제를 삼고 각종 스캔들을 유포하며 공격을 감행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사르보다야의 후원 단체들은 사르보다야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후원자들은 사르보다야에게 “세계 은행 형태의 자금과 행정 체제”를 강요하고 재단이 기대하는 개발 방법을 따르도록 압력을 가했다. 후원자들의 요구는 사르보다야가 행정을 집중시키고 고도로 중앙화된 자금관리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는 사르보다야의 농촌 중심적인 조직과 지도자 이념과는 위배된다.

특히 1993년 NOVIB가 사르보다야에 대한 자금 지원을 42% 감소시킨다고 발표한 1993년 경 사르보다야 운동은 안팎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윈제툰게 대통령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르보다야에 가해진 정부의 모든 공격을 중단시키는 대통령령이 발표되면서 사르보다야에 대한 공격은 끝이 났다.

또한 미국 사르보다야 지부의 개인 후원자가 확대되고 월드뱅크의 후원이 이루어지면서 재정문제 또한 정상화를 회복하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의 총 2만8000여개의 마을 중에서 사르보다야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약 1만5천개의 마을이다. 그 중 5000개의 마을에는 마을금고가 마련돼 있으며, 마을금고 이사회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마을경제를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 비종파, 비정치의 민중참여형 마을운동을 내세운 사르보다야 운동은 우주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건설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모델로 자리잡았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최근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의 피해지역 복구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지원금과 후원 물품을 원조받으며, 회원들이 피해지역으로 총출동해 가옥 재건, 식량 배급 및 의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욱 고결하고 정의로우며 더욱 평화로운 지구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 한 손에는 과학과 기술을, 다른 한 손에는 정신적인 지혜를 들고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종합해야 할 때”라는 아리야라트네 박사의 말처럼 불교의 가르침을 한 개인과 마을, 그리고 스리랑카 사회 속에 뿌리내리기 위한 사르보다야인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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