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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좋아하는 이익

기자명 법보신문
계·정·혜 삼학 수행하면
이기적 욕망서 탈출 가능


중생이 곧 여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르는 불자는 거의 없겠다. 중생이 곧 부처라면, 중생과 부처의 공통성이 마음에 있어야만 하겠다. 저 공통성이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마음은 늘 좋아하는 것을 하려는 강한 열망의 기호(嗜好)를 갖고 있다. 즉 싫어하는 것을 절대로 하지 않으려 한다. 주자학과 다른 양명학이 인성을 기호로 읽었다. 도덕적 당위가 옳은 것이므로 해야 한다고 강요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하는 척할 뿐이다. 마음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행복의 이익을 좋아한다. 마음이 싫어하는 것은 고통과 슬픔이다.

17세기 화란의 철학자인 스피노자의 말이다. “우리는 어떤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 그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을 욕망하기에 그것을 좋다고 부른다.” 그렇다. 마음은 욕망이다. 욕망을 억압하는 도덕은 명분상 그럴싸해도 전혀 실효성이 없다. 마음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욕망은 자발적으로 이익을 찾는다. 이익을 억압하는 이상적 도덕주의가 현실적 경제주의 앞에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는 깊은 이유가 있다.

전자는 늘 명분상 옳음을 설파하나, 그 옳음이 바로 무의식적인 좋음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명분은 의식의 영역에서 맴도나, 욕망은 무의식의 심층에서 표출된다. 그동안 인류의 정신문화는 주로 이기적 욕망과 반이기적 도덕과의 기약없는 싸움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불교는 반이익과 반욕망을 가르치는 이상주의적 사상과 종교라고 일반적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반이기적 당위의 도덕은 이기심을 지우려고 하나 별로 효용이 없고, 인간을 기약없이 피곤하게 할 뿐이다. 나는 부처님이 이기심을 지우는 가능한 쉬운 길을 제시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이익을 찾는 마음의 욕망은 둘로 분화된다. 즉 본능의 욕망과 본성의 욕망이다. 전자는 이기배타적으로, 후자는 자리이타적으로 각각 좋음을 욕망한다. 본능이 좋아하는 선과 본성이 좋아하는 선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소유론적 선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선이라고 불러 본다. 본능이 좋아하는 이기적 욕망의 무의식적 무한충동을 당위의 도덕이 제어하지 못한다. 이 소유욕은 다 자아중심적인 소견에서 나온다. 삼독은 자아중심적 욕망의 표정들이다.

이기배타적 이익은 자아가 주어 자리에서 타동사적으로 바깥의 이익을 쟁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배타적이다. 그러나 본능의 소유적 무한 욕망이 본성의 존재론적 무한 욕망으로 자리를 이동하면, 그 본성이 좋아하는 이익은 자아가 바깥으로부터 타인의 것을 빼앗아 오는 타동사적인 것이 아니라, 본성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자동사적으로 분비하는 이익이다. 그 이익은 본성에 본디 있는 것의 자기 분비이기에 남의 것을 빼앗아 올 필요가 없다. 이것이 자리이타적인 욕망이고 선이다. 이 선은 본성의 성공이기에 자리적이고, 그 성공이 소유론적이 아니고 존재론적이기에 이타적이다. 소유론적 성공은 자의식에 축을 두고 있으나, 존재론적 성공은 자의식이 거의 사라지고 다만 무아지경에서 공동존재의 분위기와 일치하는 기쁨을 뜻한다. 그래서 좋은 음악을 듣고 명상에 잠기는 마음은 보시행을 통해서 타인들을 이롭게 해주는 일과 같이 무아의 상태에서 생기는 기쁨의 욕망과 일치한다. 그래서 보통 불가에서 이 존재론적 욕망을 원행(願行)이라 한다.

본능적 욕망이 본성적 욕망으로 자리바꿈을 하기 위하여 불교는 계정혜(戒定慧) 삼학의 수행을 강조한다. 저 수행은 소유론적 욕망을 존재론적 욕망으로 마음을 같은 자리에서 되돌리기 위한 방편이다. 인간이 욕계를 떠나지 못하는 한, 그는 이익을 찾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21세기 문명은 이기적 욕망과 싸우는 당위적 도덕문화가 아니라, 그 에너지를 자리적 욕망으로 회심시키는 자연스런 정견(正見)의 지혜가 긴요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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