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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치 환기…합리적 해법 화두로

기자명 법보신문

100일간의 단식, 무엇을 남겼나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100일 간의 단식은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우리 사회전반의 인식을 재고시키는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노선 재검토 문제는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제기된 후 이행 여부에서 출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4차례의 단식을 거치며 단순한 공약 이행 촉구에서 벗어나 생명과 자연환경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 촉구로 진행해 나감으로써 국민적 호응과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동시에 당초 요구했던 백지화와 대안 노선 검토에서 한 발짝 물러서며 대화와 양보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국책 사업에 대한 발목 잡기’라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따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진일보된 모습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율 스님이 100일간의 단식을 단행해야 할 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던 이번 사태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천성산 노선 백지화를 요구했던 1차 단식과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던 2차 단식에 이어 6개월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했던 3차 단식까지 협상과 약속 파기가 반복되면서 스님은 거듭 단식을 선택했고, 이 같은 반복 과정에서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스님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이번 4차 단식에서는 무려 단식 80여일을 넘기도록 환경단체는 물론 교계 내부와 언론에서 조차 스님의 단식에 주목하지 않았을 만큼 사회적 반응은 차가웠고 스님은 외로운 단식을 강행해야 했다. “생명을 구하자며 목숨을 버리려는 행동이 과연 정당하냐”는 각계의 논란은 단식 100일이 가까워지도록 계속됐다. 여기에 더해 단식 96일째에 접어든 지율 스님에게 거처를 제공한 정토회 측에도 “스님을 보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강제로라도 입원 시키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지율 스님의 이번 단식은 100일 간의 단식이라는 인간한계에 도달한 후에야 협상과 양보로 일단락되었지만 환경문제를 둘러싼 정부와의 협상이나 사회적 합의 도달을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필요성을 화두로 남겼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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