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한국 수좌 쉬라바스티서 동안거 입재
6인 한국 수좌 쉬라바스티서 동안거 입재
  • 법보신문
  • 승인 2005.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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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수행했던 자리서
한국선사 선정에 들다

부처님이 25안거를 성만한 수행성지인 인도의 쉬라바스티에 우뚝선 한국의 천축선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21년 째 되는 해부터 입멸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해만 제외하고는 늘 우안거에 들만큼 불연이 깊은 땅인 인도의 쉬라바스티에 선기 성성한 한국의 수좌 스님 6명이 2004년 11월 26일 동안거에 들었다. 한국의 제방 선원에서 선감이나 입승 소임을 맡아 20안거 또는 10안거 이상 화두를 들고 탁마해 온 수좌 스님들이다. 수좌 스님들은 지금 실험 중이다.
도와 덕이 드높은 수좌 스님들의 안거를 두고 ‘실험’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기는 하지만 쉬라바스티에서의 동안거는 분명 ‘실험’이다. 성도재일인 1월 17일부터 열흘 간 80여 불자들과 함께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 온 충주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이 쉬라바스티의 한국 절 천축선원과 기원정사 터에서 안거 중인 수좌 스님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본지는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 인도 현지에 있는 천축선원 주지 대인 스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수좌 스님 6명, 쉬라바스티서 동안거 입재’를 게재한다. 편집자


2500여년 전 쉬라바스티(사위성) 하면 부처님의 전법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최대의 교화 중심지였다. 부처님은 우기 때면 이 곳에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안거에 들었고 제자와 불자들을 위해 가장 많이 법을 설했다. 2004년 11월 26일 한국의 2500여 수좌들은 조계총림을 비롯한 91개 선방에 하늘을 두 쪽 낼만큼 꼿꼿한 기상으로 동안거 수행에 들었다. 꼭 6개월 전 만하더라도 여느 수좌 스님들과 같이 한국의 어느 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용상방에 법명을 올렸던 동화사의 기본선원 선감 원근 스님을 비롯한 혜국 스님의 상좌인 성련, 성돈 수좌, 골굴암 적운 스님의 시봉 관오, 송광사의 연전 수좌 등 비구 스님들에다, 운문사 선방에서 입승 소임을 맡아왔던 비구니 현욱 수좌까지 더해 여섯 명의 한국인 스님들은 인도의 쉬라바스티에 있는 천축선원에서 동안거에 입재했다.

혜국 스님(앞줄 중앙)과 수좌 스님들이 기원정사 터를 순례하고 있다.

인도의 성지에서 한국의 수좌 스님들이 안거에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수좌 스님들이 부처님의 제일 수행 성지에서 안거를 든다는 소식은 우리 불자들은 물론 현지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수좌 스님들에게도 분명 환희심 넘치고 정진의 힘을 돋우는 일이다. 1700여년 한국 불교사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견하고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부처님이 영축산의 위없는 법상에서 연꽃을 들었을 때 대 가섭존자만이 그 가르침을 단박에 알아차려 미소를 지은이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최상의 법맥은 초조 달마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졌고 중국의 다섯(오조) 큰 스승이 이어온 선맥은 다시 한국으로 전파됐다.

인도 스님 2명에도 화두

불교의 발상 성지인 천축국 인도에서 한국 수좌 스님들이 부처님이 영산회상 법석에서 그러했듯이 선지를 설파하고 있는 것이리라. 혜국 스님은 “딱히 한 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는 곳인 인도에서, 한없는 다양성이 상존하는 부처님의 땅에서 한국의 수좌 스님들이 참선 수행을 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며 나름의 생각을 내놓는다.

천축선원의 입승은 원근 스님이 맡았다. 한국의 선방에서처럼 천축선원 선방 상단에는 용상방이 가지런하다. 선방의 대중은 한국에서 안거 수행을 위해 방부를 들인 여섯 수좌와 천축선원 주지 대인 스님, 대인 스님의 석가족 제자인 선재와 부동 스님 등 9명이다. 올해로 6년 째 천축선원에서 대중 생활을 하고 있는 선재와, 부동 스님은 출가 이후 처음으로 한국 전통의 간화선 수행법에 따라 안거에 드는 것이다.


새벽 3시부터 정진

수좌 스님들의 하루는 한국 선방의 수좌 스님들처럼 야물다. 여명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 3시 시작된다. 새벽녘이면 찬 기운이 한국의 초겨울만큼이나 등줄기를 차갑게 파고들지만 여명을 깨는 수좌 스님들의 참선 수행은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석가족 수행자들인 선재와 부동 스님 역시 한국 수좌 스님들의 가행 정진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의 수좌 스님들이 쉬라바스티에서 동안거에 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부처님이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머물며 안거에 들었던 수행 성지에서 한국의 스님들 역시 여법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기 위해서이다. 지금은 붉은 색 벽돌과 사기(史記)를 적은 표지판을 보고 기원정사 터라는 사실을 알만큼 부처님의 흔적이 엷지만 부처님처럼 기원정사 터의 제타 숲을 걷고 부처님처럼 보리수 아래 앉아 참선했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한국 선방의 수행 방식과 쉬라바스티에서의 안거 수행이 다른 점이다. 부처님 재세 당시 깨달음을 위해 수많은 선인과 수행자들이 숲에서 명상하고 정진 한 것처럼 직접 숲에서 참선하는 프로그램이 천축선원의 동안거 수행에 포함돼 있다.

수좌 스님들이 쉬라바스티에서 포행하고 있다.

“한국 수좌 스님들이 포행을 하기 위해 기원정사 터를 걸으면 그 뒤로 인도 어린이들이 함께 포행을 하듯 따릅니다. 보리수 아래 앉으면 또 앉아요. 정좌하고 마음을 관하는 참선 수행이 잘 될 턱이 없기는 하지만 기원정사 터를 찾는 세계 각 국의 불자들이 보리수 나무아래 혹은 승원터에 정좌해 있는 한국의 수좌 스님들을 보면서 한국의 간화선에 대해 묻고 체험해 보고 싶어합니다.”

천축선원 주지 대인 스님이 한국 수좌 스님들의 동안거 수행이 가져다 주는 포교 효과를 설명한다.

인도 현지인 한국선에 관심

해가 기원정사를 비추지 않는 시간이면 수좌 스님들은 천축선원의 선방에서 방석 위에 몸을 얹은 채 화두를 든다. 낮에는 판자 하나를 들고 천축선원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기원정사 터를 향한다. 그리고 기원정사 주변에 있는 녹색의 풀밭에 판자를 깔고 선 수행을 이어간다. 50분 가량 참선 수행을 한 후 다시 기원정사 터를 걷는다. 수좌 스님들의 하루 일상은 이렇게 반복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짙게 스며있는 곳이기에 수좌 스님들은 그 무엇을 해도 간절하게 부처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한 생각은 수행을 다그치고 무명을 깨는 장군죽비의 불호령과도 같을 것이다.

쉬라바스티의 한국 수좌 스님들은 한국의 선방 수좌 스님들과 같이 2월 23일(음력 1월 15일) 해제한다. 3개월 동안 부처님처럼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참선하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했던 기원정사 터에서 포행하면서 부처님만을 생각해 왔던 한국의 수좌 스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해제일을 맞을지 궁금해진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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