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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불교단체 기행 - ③ 베트남불교연합(UBCV)

기자명 법보신문

베트남 불교계에 봄은 없는가

베트남 민주화 운동의 선두주자
틱광도 등 20년째 구속-연금중


1월 11일 새벽 38년만에 고국땅을 밟게 된 틱낫한 스님을 환영하는 인파들이 하노이 공항을 가득 메웠다. 이날 베트남 불교의 ‘봄날’이라도 온 것처럼 스님을 환영하는 플랜카드들과 꽃들이 거리 곳곳에 펄럭이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스타 틱낫한 스님의 귀환을 허용한 것에 대해 베트남 정부의 종교적 개방정책(도이모이)이라 설명하며 베트남 인권과 종교 자유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설명>UBCV소속 스님들(맨위)과 2003년 파리에서 열린 UBCV회원들의 거리행진(아래).

하지만 정작 베트남 민주화운동의 주자들인 베트남불교연합(UBCV) 소속 스님들은 틱낫한 스님 방문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스님의 고국 방문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스님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 “스님의 방문이 시의적절하지 못하다”고 설득했다.

이들은 ‘틱낫한 방문’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통해 베트남의 일그러진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하는 정부의 표리부동한 태도에 분노를 표시하며, 곧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불교정보부(IBIB)를 통해 베트남에 결코 불교의 해방도 인권의 회복도 오지 않았음을 세계 여론에 호소했다.


이와 함께 현재 가택 연금중인 UBCV 대표 틱광도 스님은 “모든 정치적, 종교적 이슈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며, “베트남 민주주의를 위해 공통의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선포했다.

<사진설명>오른쪽은 UBCV 대표 틱광도 스님.


틱낫한 귀환 결사 반대

베트남 인권운동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UBCV은 베트남 내에서는 불법 반정부단체이다.

1981년 이래 줄곧 베트남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아온 이 단체는 정부의 극렬한 해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저항운동을 전개해왔다. 이들은 베트남 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인권의 보장을 구호로 내걸고 베트남 정부의 독재와 인권·종교 탄압 반대 시위를 펼쳐왔다. 또한 UBCV의 정보 기관 역할을 담당하는 IBIB는 파리에 본부를 두고 베트남 내에서 발생하는 UBCV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세계 여론에 폭로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UBCV의 요구는 크게 두가지로 대표될 수 있다. 베트남의 종교와 인권을 보장하라는 것과 UBCV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공산주의 반독재를 주창하는 이들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베트남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임에 틀림없다.


인터넷 통해 베트남 현실 폭로

베트남 불교계는 불교국가들 중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렬한 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역사적 뿌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30년대 반제국주의 노선을 내걸고 프랑스 식민지에 맞서 싸운 베트남 불교계는 1960∼70년대 월남전을 거치면서 ‘외세의 침략’에 저항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불교가 유입된 이래 승가가 사회적 여론을 이끄는 지식인 계층을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이들의 노력은 베트남의 독립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산 정권의 집권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저항은 ‘내부의 적’인 공산주의 독재로 이어진다.

이들은 공산주의 치하의 각종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죽음을 무릅쓴 격렬한 투쟁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스님은 서구사회로의 망명을 감행했으나, 남아있던 일부 저항세력들은 UBCV 등의 반정부 단체를 결성하고 끈질긴 지하운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시위와 단식투쟁, 분신 등의 격렬한 투쟁방식으로 공산당 독재와 정부의 주민수탈 등의 사회문제를 제기해왔다. 베트남 스님들이 ‘분신하는 승려집단’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도 이때부터이다.

특히 급진개혁 노선을 표방해온 UBCV는 공산정부에 대한 끊임없는 시위로 베트남 정부로부터 1981년 반정부단체로 규정되는 한편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이들의 사무실을 강제 점거한다. 이 단체의 대표인 틱광도 스님과 대표적인 저항 승려들은 이때부터 구속과 가택연금을 반복하는 생활이 시작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의 활동을 철저하게 감시, 통제해왔지만,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의 발달은 예상치 못한 낭패(?)를 가져온다. UBCV 소속 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베트남 사회 내의 인권 탄압과 종교 탄압 현실을 세계 여론에 여과없이 폭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베트남 내부의 정보를 입수한 미국 국회의원들은 미 국무부에서 발간하는 세계인권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세계 최하위 인권국가로 규정하고, 베트남과의 무역협정 체결을 번번이 결렬시켰다. 또한 각종 협상과 인도적인 지원에서도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베트남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9월에 발표한 국방부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도 최고주의대상 8개국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죽음을 무릅쓴 투쟁 활동

특히 미 국무부는 2005년 3월 15일까지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특별한 제재가 가해질 것임을 경고했다. UBCV가 틱낫한 스님의 방한에 대해 시의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UBCV는 베트남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틱낫한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고국 땅을 다시 찾았다. 스님은 1월 중순경 UBCV 대표인 틱광도 스님을 찾아 베트남의 현실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외신 기자들과 스님의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고향을 방문한 틱낫한 스님의 행보는 UBCV와는 또다른 방식의 ‘베트남 해방’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 스님과 관계된 측근들의 설명이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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