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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소극적인 우리

기자명 법보신문
공격적 선교 덕에 한국은 기독교 국가
언제쯤 불자들도 불자 당당히 밝힐까


예전에 한번 미국에서 한국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간 적이 있었다. 택시 기사분이 내가 승려인 것을 알아 보시더니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스님, 전 지금 종교가 없는데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종교를 고르라면 불교를 선택하고 싶어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불교를 선택하시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나요?” “제가 보기에는 불교 믿는 사람들은 대체로 좀 조용하고 평화로운데 기독교 믿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너무 드센 것 같아서 저랑 잘 안맞는 것 같아요.”

뜻밖에 기사분의 이런 대답에 한동안 뭐라고 답을 해야 될지 택시 안에서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언뜻 들으면 불교인들에 대한 칭찬같이 들리는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이는 이유가 불자들이 기독교인들에 비해 자신의 종교관에 대한 표출을 꺼리고, 포교 활동에 있어서도 상당히 소극적이라는 말도 된다. 신행 생활도 대부분 가족을 위한 기도나 본인의 마음 닦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배워 깨달은 바를 적극적으로 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점도 그 말 안에 내포되어 있다. 한국을 다녀온 외국인 친구들 중에는 한국에 기독교인 이상의 불자 인구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대도시에 가보면 빨간색 십자가 건물들이 곳곳에 즐비하게 있고 길거리마다 마이크 확성기를 틀어놓고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열렬 기독교 신자분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말에 각종 시상식마다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어느 축구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 그리고 어느 두 시장님들의 서슴없는 특정 종교 두둔에 대한 발언을 보면서 그 친구들이 당연히 한국을 ‘기독교 국가’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지난달 잠시 뉴욕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최근 문봉주 총영사의 성경강좌로 인해 교민사회가 어수산한 상태였다.

정말로 한국의 불자 인구가 기독교도만큼 된다면 왜 우리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19세기 종교 사상가, 막스 베버(Max Weber)가 한 말처럼 불교 교리가 다분히 현세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불자들 역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apolitical) 현 세상을 초월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불자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세상일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불교 사상 안에는 신라시대 불국사를 창건했던 마음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현세를 살기 좋은 불국 정토로 만들어 보자는 강한 의지도 들어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쳐 중생을 널리 구제하리라는 보살 정신도 포함돼 있다. 수행자가 마음을 닦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더라도 나중에 꼭 다시 나와서 중생을 교화시켜야 되는 의무도 있는 것이다. 마음이 산란할 때만 가끔씩 절을 찾아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는 정신안정제 역할의 수동적 불교로는 더 이상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요구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한다. 불자가 본인이 불자임을 당당하게 의사 표시하는 불자 문화, 그리고 배워 깨달은 불법을 모르는 이에게 적극적으로 전하는 생활 습관이 하루 빨리 형성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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