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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불교단체 기행 - ④ 미얀마청년승려연합

기자명 법보신문

미얀마 불교 민주화 운동의 상징탑

1988년 민중항쟁 직후 민주화 스님 결성
15년간 지하단체로 활동하며 운동 전개


온 국토가 탑과 호수로 뒤덮인 위빠사나의 나라, 1990년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산 수지 여사가 국회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강금돼 있는 나라 미얀마.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진 미얀마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로부터 세계 최악의 인권국가, 최고의 빈민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얀마 불교계는 위파사나 수행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정권에 빌붙어 민중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혹자는 “미얀마의 스님들이 정치운동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얀마 불교의 친정부적 성격을 노골적으로 비웃기도 한다.

<사진설명>미얀마의 스님들이 이른 새벽 탁발에 나서 불자들로부터 공양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위파사나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군부에 결탁해 민중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운데 미얀마 불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단체가 바로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이다.

1988년 ABSDF에 동참

하지만 이곳에도 염주 대신 총을 들고 민주화를 부르짖다 죽어간 스님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치밀하고 지독하기까지 한 폐쇄정책에 갇혀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고 있을 뿐.

미얀마청년승려연합(ABYMU)은 미얀마 불교계를 대표하는 민주화운동 단체이다. 이 단체는 최근 미얀마 정부가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온 국제불교도회의 보이콧 사건으로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단체가 결성된 것은 1988년 미얀마 스님과 학생, 노동자, 농부들이 대거 봉기를 했던 민주항쟁 직후였다.

1988년 3월 미얀마의 시민들은 26년간의 군사정권의 비밀강압통치를 전복시키고 세계 최빈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민주화 시위를 전개했다.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미얀마의 엘리트 계층’인 스님들도 이 시위에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양곤의 봄’은 여섯달만에 끝나버렸다. 9월 18일 밤 소몽 국방장관 겸 참모총장이 군부 쿠데타를 감행했고,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라는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했다. 탱크의 공격 앞에서 무참하게 쓰러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반정부시위대는 9월 20일 ‘시위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부군의 유혈진압에 쫓긴 학생과 시민 1만명은 1988년 9월부터 미얀마-태국 국경을 가르는 모에이강 물도리동에 자리잡은 카렌민족해방군(KNLA) 완카 기지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10개의 운동세력들은 미얀마학생민주전선(ABSDF)을 결성했고, 15개 지역부대를 편성해 전국적인 반독재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이해 11월 군부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스님 300여명과 국내 스님들은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미얀마학생민주전선이 자리잡고 있는 메너플로 한 귀퉁이 밀림 속에 미얀마청년승려연합 본부를 마련, 미얀마학생민주전선에 동참했다.

미얀마학생민주전선이 붕괴된 후에도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의 지하운동을 계속적으로 전개되었다. 1990년 5월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주국민연합(NLD’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미얀마 군사정권은 총칼을 앞세워 ‘총선 무효’를 선언하며 의회를 ‘무기한 휴회’시켰다. 이때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은 종교거부운동으로 군사정부에 맞섰다. 또 1997년 경제위기에 바진 미얀마 군부가 불상에서 루비를 뽑아가는 만행을 저지르자 8천여 승려들은 양곤으로 운집해 ‘만달레이 마하 미야트무니 봉기’를 벌였다. 이처럼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은 15년동안 재야에서 군사정부 반대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비폭력 비무장 운동 전개

이러한 투쟁 과정 속에서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은 미얀마 스님들의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고, 미얀마 내 민족해방세력과 망명 민주혁명 세력들의 결집체인 미얀마연방민족회의(NSUB) 일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2월 미얀마 정부가 주최한 제4회 국제불교도대회에 불참하자는 보이콧 운동을 세계적으로 전개했다. ‘미얀마 독재정권이 불교를 선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미얀마 불교의 힘’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약 400여명의 스님들이 감옥에 수감됐고, 승려직을 박탈당했다.

국제불교도대회 불참 운동

미얀마 스님들은 영국의 식민지 당시에도 ‘비폭력 투쟁방식’으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미얀마청년승려연합 또한 이 전통을 이어받아 ‘비폭력 비무장’을 행동강령으로 정하고 있다. 1990년 무장통일전선인 미얀마민주동맹 당시에도 미얀마청년승려연합 소속 스님들은 ‘비군사’를 전제로 참가했다.

이 비군사 노선을 거부한 스님들은 결국 승복을 벗고 무장투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승복을 입은 채로는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킬 수 없었고, 총칼을 들지 않고는 군사정권의 탱크에 맞설 수 없었던 미얀마 스님들. 이들은 결국 승려라는 신분을 포기하고 스스로 총알이 날아드는 전선을 택했던 것이다.

지금도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은 비무장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400명이 아니라 4000명, 4만명이 끌려간다 해도 승복을 입은 채로는 총을 들 수 없다는 것이 이 단체의 의장인 아쉰 캐이마사라 스님의 설명이다.

미얀마 군부의 보안으로 자세하게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얀마청년승려연합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엿듣는다’는 비밀 강압 통치 아래에서도 수십년간 맥을 유지해온 미얀마 스님들의 ‘민주화 열망’은 결코 구속 강금될 수 없으리라는 것이 미얀마불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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