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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복되게 하는 길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 욕심 원력으로 바꾸고
일체가 환상임을 깨달아야


『금강경』 끝 부분에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는 부처님 말씀이 적혀있다. 그래야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부처님 세계가 항하의 모래만큼 많다고 하셨다. 마음에 소유의 집착이 사라져야 부처님의 무수한 복락세계가 현시된다는 것이다.

불국토의 복락세계는 그동안 이성주의자들이 믿었던 것처럼 유위적인 기술과 당위적인 도덕의 만듦으로 도래하지 않는다. 세상은 지성과 선의지의 만듦으로 수리되거나 고쳐지는 대상이 아니다. 세상은 중생들의 가지가지의 마음이 시공적으로 읽히고 설킨 복잡다단한 그림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바꾸지 않고 세상을 뜯어 고치겠다는 모든 언설이 다 어리석은 헛수고에 그칠 뿐이다. 그러면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중생들의 마음을 무슨 수로 바꾸나? 마음에 일어난 생각들이 환상이 아니고 마음이 이름이 아니라면, 뭇 중생의 마음 바꾸기는 영원히 불가능한 공상이겠다.

이 땅에 사는 중생들의 소망은 가지각색이다. 뭇 중생들은 무수한 개성을 띠면서 한량없는 소유욕을 갈망한다. 각자는 마음 바깥에 있는 소유(돈/권력/명예)를 쟁취하기 위하여 이기배타적으로 싸운다. 그래서 세상은 아수라와 아귀로 변한다.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더욱 더 중생들은 실성하다싶이 감각적 색신(色身)에 열광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본능의 자발성만이 도처에 넘쳐난다. 지옥이 많다는 것은 극락이 또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많은 중생의 욕심들이 어떻게 불국토를 이룩하나? 우리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기 위해 불교를 믿는다. 식자들은 쉽게 기복(祈福) 불교를 비판하나 중생들은 불행하기에 기복한다. 불교는 중생의 기복을 비판하지 말고, 오히려 기복의 바른 길을 가르쳐야 한다. 부처님의 말씀은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확실히 치유하는 실용적 처방약이다.

세상이 이기배타적 투기장이 되면, 누구의 마음도 편치 않다. 왜냐하면 마음은 이미 본질적으로 세상의 복잡한 인연이 실타래처럼 얽힌 만남의 광장이므로, 각자의 마음이 곧 타자와 함께 존재하는 세상이고, 타자의 세상이 곧 각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로 세상이다. 모래알처럼 많은 중생의 마음이자 세상을 어떻게 불국토로 바꾸나? 나는 부처님이 그 길을 『금강경』에서 가르쳐 주셨다고 믿는다. 세속적인 일체가 다 허망한 환상이라고 여겨야 중생의 마음은 욕심에서 원력(願力)으로 관심을 돌린다. 지금 한국사회는 권력과 명예, 돈 때문에 배신과 지옥행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이런 세상에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서 이리가 되어 다 불행해진다.

나는 『금강경』이 세상을 복전(福田)이게끔 하는 메시지라고 여긴다. 본디 마음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관심이다. 본능이 좋아하는 것이 욕심이고, 본성이 좋아하는 것이 원력이다. 본능의 관심을 본성의 관심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 소유욕의 허망함과 일체가 이름의 신기루에 불과함을 터득하는 자각이다. 이것은 허무주의로 이끌지 않고 오히려 자아중심적 마음의 관심을 쉬게 하면서 세상을 복되고 이롭게 하려는 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아를 잊고 자식들을 복되고 이롭게 하려고 발심하는 모성애와 유사하다 하겠다. 돈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나 본능이 좋아하면 그 돈은 이기배타적 살인(殺人)의 독이 되고, 본성이 좋아하면 그 돈은 자리이타적 활인(活人)의 약이 된다. 『금강경』은 욕심은 나와 나라를 망치게 하고, 원력은 나와 나라를 복되게 하는 길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마음의 원력도 또한 환상이고 이름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욕심의 아집을 버렸지만, 원력이 만든 법집에 다시 갇히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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