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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다시 온 ‘대 자유인’

기자명 채한기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청춘을 불사르고」일엽 스님 지음

출가 32년 만에 내놓은 자서전

1960년대 초유의 베스트 셀러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화학당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 여성으로 화가 나혜석 등과 함께 자유연애론과 신정조론을 외치며 개화기 신여성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 결혼에 실패한 뒤 32세의 나이에 돌연 출가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람. 그의 문체가 너무 좋아 ‘한국의 일엽’이라는 호를 춘원 이광수로부터 받았던 사람. 바로 비구니계 거두 일엽 스님이다.

일엽 스님은 1928년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한 후 ‘글 또한 망상의 근원’이라는 만공 선사의 뜻에 따라 절필했다. 수행정진과 포교, 비구니 교육에 전념했던 일엽 스님은 절필한 지 32년이 지난 후 세상에 책 한권을 조용히 내놓는다. 바로 그 유명한 『청춘을 불사르고』라는 책. 이 책은 당시 천재 작가로 명성이 높았던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과 함께 초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됐을 만큼 당시 여성들로부터 흡인력이 높았던 책이다.

도서출판 김영사의 노력으로 40년만에 다시 세상에 선을 보인 이 책은 시대를 넘어서도 많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불탄 송아지 같이 날뛰던 이 청춘을 불살라 버리고 영원한 청춘! 길이길이 싱싱하게 되어 시들지 않는 청춘을 증득하는 불법을 얻으려 입산’한 스님은 수십년의 수행 끝에 ‘그처럼 꽃답던 사랑도 단지 하루의 먼지처럼’ 털어버리는 경지에 올랐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두 번 놀라게 된다. 자신의 세속적 사랑을 어쩌면 이렇듯 애절하게도 표현할 수 있는지에 감탄하게 되고,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며 세속의 시련을 한점 바람으로 날려 버리듯 떨쳐 내는 스님의 기백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스님의 사랑이야기만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속의 사람을 어떻게 부처님 품안으로 들어오게 하는지, 종교가 달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후학을 제접하는 스님의 열정은 때로는 호통으로 때로는 섬세한 달램의 말로 표출되고 있다.

스님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갖는 욕망과 고뇌, 그 고통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기 까지의 구도여정은 출가하지 않은 우리들이 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스님의 미려한 문체 속에 오롯이 녹아있는 사람 사랑, 세상 사랑, 부처님 사랑이 이 시대에 깊이깊이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사, 11000원)



채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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